[트위터는 지금] 8억 주운 남학생, 아버지에게 보낸 카톡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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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무작정 길을 걷다가 정체불명의 가방을 발견한 당신. 가방 속엔 무려 8억원의 돈이 들어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가방을 잃어버린 주인의 심정을 생각한다면 안타까운 마음에 당장에라도 돌려주고 싶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갈등에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길에서 1만원짜리 지폐 하나 줍기도 힘든데 8억원의 돈을 마주한 사람이 있다. 최근 그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버지와 주고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캡처해 올린 게시물을 보면 이렇다.

아들은 “오늘 현금인출기 앞에서 3990만원씩 예치된 통장 20개와 그 비밀번호가 쓰인 종이, 5만원권 400장과 인감도장 2개가 들어있는 파우치를 주웠다”며 “견물생심이면 인지상정이라 이게 복인가 싶고, 그 돈이면 다 끝나는데 하는 생각에 인간의 본성이 나오는구나 하고, 20분 동안 별 생각이 다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경찰에 넘겨 주인을 찾아줬는데 잃어버린 사람이 강남 건설회사 CEO에, 어떤 대학 사무총장이었다. 사례한다고 계좌번호 알려달라는데 극구 사양하자 그쪽에서 고맙다고 복 받을 거라 했다. 가진 건 없어도 돈에 눈 멀기 싫어, 못난 아들 굴러들어온 복 걷어 차버렸습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아버지는 “잘했다. 그런 마음으로 인생을 살면 행운이 들어온다. 그런 게 좋은 마음이란다. 우리 아들 장하다”라고 칭찬했다.

이 캡처가 인터넷에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정직한 행동이 보기 좋다”, “사례금은 받지 그랬나. 정당한 대가인데 너무 아깝다”며 반응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 위한 자작극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난 것이다. 결국은 본인 인증을 요구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일부 사이트에선 서로 자신의 글이라고 우기는 상황도 발생했다.

고민 끝에 당사자는 장문의 자필 글과 함께 주민등록증과 휴대전화 속 카카오톡 내용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렸다. 22살의 남학생이었다. 그는 “왜 본인 인증을 해야하는지 모르겠지만 난무하는 욕설 쪽지에 인증한다. 아버지는 좋은 일 하고도 욕 먹어야 하는 자식 걱정에 잠도 못 주무셨다”며 “칭찬 받으려고 올린 글이 아니다. 당시 너무 떨리고 경황이 없어서 올렸다”고 말했다.

오해를 푼 네티즌들은 “익명성 때문에 인터넷에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생긴 해프닝이니 속상해 하지 말라”며 위로했다. 현재 해당 당사자의 페이스북에는 많은 네티즌이 방문해 그를 격려하고 있다.

☞공감 멘션
8억 주운 사람보다 8억을 잃어버린 사람이 더 신기함. (@zinOOO)
찾아준 건 진짜 잘했다. 멋집니다. 하지만 다음부터 사양은 컴퓨터 살 때만 고려해주세요. (@댓글OO)

유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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