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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강만수의 산은 정조준 공기업 MB맨 물갈이 신호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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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감사원이 이명박(MB) 정부가 기관장을 임명한 공기업을 정조준했다. 14일 산업은행을 비롯해 수출입은행·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등 4개 금융공기업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서다. 특히 산업은행은 MB의 최측근 참모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기업 관련 발언 사흘 만에 감사원 발표가 나와 더욱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부처 산하기관·공공기관에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이 이들 4개 기관을 비롯해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무역보험공사, 투자공사 등 8개 공기업에 대해 경영관리실태 감사를 벌인 시기는 지난해 9~10월. 그러나 이날 발표는 산은을 비롯한 4개만 했다. 관심은 당연히 대표적 ‘MB맨’인 강 회장의 산은에 집중됐다. 표적 감사는 아닐지 몰라도 일각에서 ‘표적 발표’라는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감사원은 산은에 대해 “산은이 예금자보험료·지급준비금과 같은 필수 비용을 감안하지 않고 고금리 예금을 출시해 올해 14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이 문제 삼은 것은 산은이 2011년 9월 출시한 1년 만기 다이렉트 정기예금. 온라인으로 예금을 유치해 비용을 줄인 이 상품은 최고 연 4.5% 금리를 지급했다. 당시 은행권 정기예금 평균 금리(3.9%)보다 0.6%포인트 높은 수준이었기에 저금리에 목말라하던 고객들이 몰려들었고, 최근까지 9조원대의 예금이 들어왔다. 감사원은 “이후 두 차례 금리를 내렸지만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억울해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당시 대출 금리가 5.5% 정도였다. 어떻게 손실을 입으면서 예금을 유치했다고 주장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또 다른 지적은 영업이익을 부풀려 성과급을 많이 받아갔다는 점이다. “산은이 2011년에는 영업이익을 최대 2443억원 부풀려 임직원 성과급을 최대 41억원 더 지급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심각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다. 기자 브리핑 때 “위법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감사원은 “회계처리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이에 산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가 정한 회계 기준에 따라 이뤄진 것인데, 만약 이것이 잘못됐다면 산은이 아니라 재정부를 문제 삼아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감사원은 이날 발표에 대해 “예정된 일”이라면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시점과 대상이 미묘하다는 것이 금융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청와대에선 감사원 발표를 단순한 발표로 넘기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사원의 감사 결과나 경영실적은 ‘전문성’ 기준의 평가항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다”는 공식 발표와는 다르다. 감사 결과가 공기업 기관장 물갈이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이날 감사원 발표 대상 4개 공기업 기관장 가운데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은 없다. 강만수 회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정부가 방침을 정하면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감사 결과가 발표된 한국거래소 김봉수 이사장도 MB맨으로 꼽힌다. 감사원 발표의 후폭풍은 이제부터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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