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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개정이냐 정략적 연극이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회본회의는 선거관계 3법의 개정안을 여·야 협상안대로 통과시켰다. 「선거관계법개정특위」 에서 마련했던 선거관리위법개정안의 위헌시비로 여·야 대립의 격화를 보였던 국회는 정당추천선거관리위원의 「수시 교체」 조항을 없애고 그 대신 「정당추천위원을 여·야 각 1명씩 도합 2명을 추가키로」 합의함으로써 간신히 그 위기를 극복하게 된 것이다. 선거관계법개정은 이 이외에도 대통령선거에 부재자투표제를 신설하고 대리투표를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했으며 선거사무원 수, 벽보수, 선거공보발행 수를 증가시켜 놓은 것을 그 골자로 하고있다.
선거관계법의 개정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중당이 추구코자했던 중요한 과제요, 만약에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동당은 예산심의를 「보이코트」하겠다는 강경한 자세마저 취했던 것인데 개정안의 국회통과는 현하 원내양당대립의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를 제거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국민적 입장에서 우리가 유감으로 생각하는 것은 선거관계법개정이 문제의 핵심을 하나도 해결치 못하고 지섭말절만을 뜯어 고친데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선거관계법의 결함 중 독소적인 것이라 하여 그 개정이 시급히 요청되었던 것은 현행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간의 연립을 가능케 할 법적 요지를 마련해주는 것, 비정당원의 선거운동참가를 가능케 하는 것, 인구의 자연증가 및 분포상황의 변동을 감안하여 지역선거구를 재조정하는 것,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사실적시 금지를 대폭 완화하는 것, 지구당을 해체했을 경우 그 지구당 출신 국회의원의 법적 지위를 명문화하는 것, 비례대표제가 자아내고 있는 폐단을 제거하는 것 등이었다.
그런데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보면 상기한바 개정이 시급히 요청되었던 부분은 완전히 방임해두고 개정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을 말절적인 부분만을 뜯어 고친데 끝났으니 대체 누구를 위해서, 무엇 때문에 행한 법개정인가 하는 의문마저 생겨난다. 공화당은 도시 선거관계법을 전혀 개정할 생각이 없었는데 민중당이 강경하게 개정을 주장하므로 만부득이 개정협상에 응하게되었고 따라서 이 정도로 개정한 것만 해도 민중당으로서는 성공이라는 론이 성립될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예산심의를 「보이코트」하면서까지 법개정을 하겠다던 민중당이 이루어 놓은 것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를 생각하면 선거관계법개정운동 역시 일종의 정치적 연극에 지나지 않았다는 혹평도 성립될 수 있다. 더군다나 개정과정에 있어서 우리가 심히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내 양당이 현재 국회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기화로 지금의 양당체제를 그냥 유지키 위해 문자그대로 야합하여 원외당의 의회진출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인데 입법의 기준을 국리민복에 두는 것이 아니라 권력유지에 두는 자세야말로 두고두고 비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국민은 여전히 심히 불완전하고 결함이 많은 선거관계법 하에서 총선을 치르게 된다. 이제 법의 미비와 결함은 양식과 민주적 감시를 가지고 보완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겠지만, 총선이 끝나고 새 국회가 성립되는 대로 선거관계법의 근본적 개정이 있어야 하겠다는 점을 역설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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