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광양보건·신경대 횡령 적발 … 퇴출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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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000여억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75·보석 중)씨가 세운 한려대 등 다른 대학 세 곳도 퇴출 위기를 맞았다. 서남대와 유사한 횡령과 불법·편법 운영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14일 이씨가 설립한 전남 광양의 한려대(4년제)·광양보건대(전문대), 경기도 화성의 신경대(4년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교과부에 따르면 설립자 이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차명계좌를 이용해 이들 학교의 교비 총 567억원을 횡령했다. 빼돌린 돈은 부지 매입 등 다른 대학의 설립비용을 충당하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이씨가 설립한 학교들은 관련 대학 교직원을 교수로 임용하는 것처럼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한려대는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서남대 부속병원 간호사 등 21명을 전임강사로 임용한 것처럼 조작했다. 산업대였던 이 학교가 일반대로 전환하기 위해 허위로 전임교원을 늘린 것이다. 또 서남대 교수 13명을 퇴직시켜 한려대 교수로 임용한 뒤 정부의 일반대 전환 승인을 받은 뒤 다시 서남대로 복직시켰다.

 교과부는 3개 대학의 전·현직 총장 등 관련자 54명을 징계하고 설립자 이씨가 횡령한 교비를 모두 회수하라고 요구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기한 내에 요구를 이행하지 않아 학사 운영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학교폐쇄 등의 절차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서남대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학교 측에 설립자가 횡령한 330억여원을 회수하도록 하고 관계자 징계 등을 요구한 상태다. 서남대는 이에 불복해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교과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달 20일까지 서남대가 요구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제재 조치가 시작된다.

 한편 이씨의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그가 교과부 등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달 초 교과부 직원 A씨를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A씨가 이씨에게 편의를 제공한 사실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보강 조사를 마치는 대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인성·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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