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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경원 구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이번 서울을 올라갔을 때의 일이다. 보고 싶던 동생을 만난 기쁨에 즐겁기 만한 나를 동생은 누나가 아직 못 본 창경원 구경을 시켜준다고 안내해 주었다. 여러 가지 새들이랑 많은 원숭이들, 또 낙타·곰·사자·호랑이…그 넓은 울안을 빙빙 돌아보고 난 후 그 안에 있는 박물관엘 올라갔다.
이조자기, 고려 청자기랑 노란 빛깔 예쁜 위엄 있는 금관은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를 새삼스레 거슬러 돌아보게 해주었다. 우리가 이렇게 구경을 하고 있을 때 아까 동물원 울 옆에서 봤던 어느 아버지와 다섯 살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가 내 눈을 끌었다. 그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언가 열심히 설명해주고 있었다.
참 좋은 아버지란 생각이 들어 흐뭇함을 느꼈다. 얼마나 훌륭한 아버질까? 집에 가서도 그 아버지는 교양 있고 생활의 여유를 누리는 좋은 아버질 거라는 생각에 뒤이어 그런 사람의 부인은 어떤 여잘까 상상해 봤다.
박물관 구경을 다 돌고 나오면서도 난 그 아버지와 아이의 평화로운 얼굴이 가시질 않았다. 시간만 있으면 친구 분들과 대폿집만을 즐겨 찾는 세상남자들 속에 저런 아버지들이 좀 많아주었음 오죽 좋으랴. <오길자·강원도 홍천군 홍천읍 진리2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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