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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책의 검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 「오하이오」주 「티리고즈」지방의 한 젖소는 동화같은 일을 저질렀던 적이 있다. 「트퍼트·한즈보로」라는 사람이 기르던 그 젖소「모리」는 어느날아침 검은 빛깔의 젖을 한「배럴」이나 쏟아 놓은 것이다. 주인은 질겁을 했다. 상쾌한 아침에 티없이 희고 따스한 젖을 한껏 기대하며 유방을 주무르고 있었을 그 입장을 생각하면 질겁도 할만하다. 「모리」의 젖은 마치 검은 「잉크」같은 액체였다.
그러나 정작 놀랄일은 그 빛깔만이 아니었다. 검정우유는 한결 맛도 좋고 향기도 신선했다. 물론 「한즈보로」씨댁의 식탁에는 검정우유로 만든 「콜타르」같은 검은 「버터」가 놓여 졌고 「치즈」도 도트리묵 같은 빛깔이었다. 화학자들은 눈을 동그렇게 뜨고 진상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검은빛의 정체는 수수께끼로 묻히고 말았다. 1891년의 일이었으니 오늘의 수의들은 그것을 어떻게 규명할지 궁금하다.
그러나 우리네의 주변에선 동화같은 우유얘기는 커녕, 악몽 같은 화제가 연달아 일어나고있다. 요즘 부산에선 젖소에서 결핵균이 검출된 모양이다. 우유는 다른 액체와는 달라, 균의 감염율이 높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 얘기보다도 더 성급한것은 도대체 아이들의 일상식품들은 왜그리 말썽을 많이 터뜨리는지 모르겠다. 며칠전까지 사탕속에서 「롱갈리트」가 발견되어 그 독성의 시비가 뒤끓더니, 다시 젖소마저 한몫끼여든다. 다행히 이번 젖소의 감염사건은 적절한 조치로 끝장은 났지만, 우리주변엔 또다른 감염지대가 얼마든지 있을것이다. 우선 국민학교지문앞에 진을치고있는 장사치들의 상품을 점검해 보자. 무슨 엿장수는 모판위에 엿반대기를 펴놓고 대패로, 그것도 때가시커먼 그런것으로 썩썩 깎아서 코뭍은 돈과 바꾼다. 가슴을 섬뜩하게 만드는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요는 당국자의 성의다. 무성의도 따지고 보면 균의 해독과 다를바 없다. 아니면 정책의 「X레이」검진이 필요할것도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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