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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핵잠수함 동해 배치, 핵 우산 아닌 우비 입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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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 핵추진 잠수함의 동해안 배치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고, 핵 사용 땐 핵으로 보복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한·미 양국은 다음 달까지 진행하는 독수리연습이 끝난 뒤에도 훈련을 위해 참가했던 미국의 핵잠수함을 일정 기간 동해에 배치해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로 했다. [중앙일보 3월 12일자 1면]

 우선 양국은 독수리연습과 별도로 추가로 한·미 연합 대잠(對潛)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 전력의 주둔 기간을 늘리고, 북한의 동향을 봐가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핵위협이 계속될 경우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나 함정들이 교대로 동해안 지역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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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확대하거나 전진 배치하겠다는 의미다. 핵우산 정책은 미국이, 핵이 없는 동맹국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핵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국책기관의 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오키나와나 괌에 있는 핵무기로 북한의 핵공격을 막아준다는 핵우산 정책을 펴 왔다”며 “그러나 북한 핵개발이 기정사실화하면서 대응시간을 줄이기 위해 핵무기를 한반도 인근에 전진배치하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현대전은 시간과의 싸움인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한 뒤 3~4시간 뒤에 응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핵무기 전진배치를 통해 한반도가 핵 우의(雨衣), 즉 우비를 입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산을 쓰고 우비를 입어 보다 확실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반도 인근의 핵무기 전진배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지난해 12월)와 3차 핵실험(2월)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의 핵무장 여론이 고조되자 청와대가 나섰다. 전직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한 한국 입장에서 핵개발을 하거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며 “이후 미국의 핵잠수함 등을 한반도 근해에 배치하기 위해 천영우 당시 외교안보수석을 비롯해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미측에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은 주한미군 지도부도 공감했다고 한다. 연합사 관계자는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도 북한 핵이 현실화한 상황을 감안해 본국에 핵무기 탑재 잠수함의 지원을 여러 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해에 배치할 경우 중국 측이 반발할 수 있어 핵전력은 동해상에 배치할 예정이다.

 잠수함은 은밀하게 적지 근해에 침투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공격이 가능한 전략무기다. 여기에 핵무기를 탑재할 경우 가공할 공격 수단이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핵무기는 전투기나 지상의 미사일, 잠수함이나 함정의 미사일에 탑재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 가운데 잠수함 탑재가 가장 확실한 파괴수단”이라고 말했다. 잠수함에 탑재된 수직발사대를 이용해 핵탄도미사일(SLBM)을 수천㎞를 날려 보낼 수도 있다. 사정거리 1500㎞ 이상의 토마호크 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할 경우 북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한·미 국지도발 대비계획 마무리 단계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응하는 한·미 공동 대비계획이 마무리 단계라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한·미는 당초 올해 초 국지도발 대비계획에 서명할 예정이었다”며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상황이 바뀌어 이를 반영하느라 늦어졌지만 최종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국지도발 대비계획은 ‘작전계획 5027’ 등 전면전 때의 작전계획과 별도로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국지전 때 적용할 계획이다. 군 당국자는 “실무선 협의는 끝났고 양국 의장이 검토 중이다. 다음 달 예정된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서명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기엔 도발 시 지휘세력에 대한 타격과 전장(戰場)에 사용하는 소규모 전술핵을 억제하기 위한 방안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수·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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