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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다리에 암투병, 한쪽 시력도 잃었소 그래도 5번째 홀인원, 희망 잃지 말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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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 맥레플린이 의족을 찬 채 아이언샷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에어드리앤코트브리지 어드버타이저]

골프의 특징 중 하나가 핸디캡 제도다. 실력이 나은 골퍼는 그렇지 못한 골퍼에게 그 차이만큼 스트로크 수를 감안해 플레이한다. 그래서 키가 크든 작든, 실력이 좋든 나쁘든 공평하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다.

 신체에 치명적인 핸디캡을 지닌 일흔 살 노인이 생애 다섯 번째 홀인원을 기록해 화제다. 지난 7일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루스 골프장 주빌리코스 5번 홀(파3). 스코틀랜드 글렌마비스에 살고 있는 조 맥레플린(70)이라는 노인이 친 7번 아이언 샷이 홀로 쏙 빨려 들어갔다.

 맥레플린은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다. 그는 2009년 왼쪽 넓적다리의 혈액이 응고돼 막히는 혈전증으로 왼쪽 다리를 절단했다. 불행은 이후에도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다리 절단 뒤 피부와 골수암 진단을 받았다. 온몸이 핸디캡이다. 지금도 그는 항암치료를 받고 있고, 약물에 의지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오른쪽 눈의 백내장 증상이 심해져 시력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그러나 맥레플린은 클럽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골프를 통해 장애를 이겨내고 있다. 그는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뒤 특별 제작한 보철 의족에 의지하며 필드를 누비고 있다. 많이 걷기가 힘들어 카트를 타고 라운드를 하지만 샷만큼은 건강한 사람보다 좋다. 수술 전 핸디캡 4(기준타수보다 4타 더 치는 것)였던 그는 지금도 핸디캡 10 정도의 플레이를 한다.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즐겼다. 스코틀랜드 프로축구 셀틱 FC에서 활약했던 아버지 조 맥레플린 시니어의 영향으로 열 살 때까지 축구를 했다. 이후 지금까지 골프를 즐기고 있다. 맥레플린은 “골프와 인생을 사랑한다. 체력이 허락되는 한 계속 라운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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