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버스토리] 인터넷 유료화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3월 NHN(옛 네이버)이 공짜로 서비스하던 '한게임' 아이템을 유료화했을 때 이 회사 인터넷 게시판은 마비될 지경이었다.매일 3천여건의 e-메일이 쏟아지는 등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10개월이 지난 요즘 NHN의 게시판에는 유료 서비스에 항의하는 내용은 거의 없다. NHN측은 "서비스를 고급화해 네티즌들에게 돈을 낸 만큼 좋은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는 의식을 심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료 일색이던 인터넷 서비스가 슬금슬금 유료화하고 있다. 게임과 아바타 등은 대부분 돈을 내야 서비스받을 수 있고, 주요 포털의 콘텐츠들도 상당 부분 유료 서비스로 바뀌었다.

1~2년 전까지만 해도 유료화는 닷컴 기업의 무덤이었다. 유료화를 선언하면 접속건수가 급격히 떨어지고 회원들의 반발이 거셌다. 유료화를 해도 매출이 바닥을 기는 등 역효과가 컸다.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인터넷 업계로선 유료화가 궁극적으로는 가야 할 방향이지만, 회원의 반대로 주춤거릴 수밖에 없는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네티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유료화가 본격적인 수익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편리한 결제시스템과 고품질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네티즌들의 의식도 달라진 때문이다.

◇ 너도 나도 유료화=닷컴 기업들의 유료화는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기존 서비스는 그대로 두고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다음.야후코리아.라이코스코리아 등 포털업체들은 인터넷 만화와 영화 등을 최근 유료로 전환했다. 새롬기술도 '다이얼패드'를 다음달부터 유료로 전환한다.

아바타 서비스는 2000년 말부터 유료화되기 시작,지금은 네오위즈.다모임.프리챌 등 많은 업체들이 유료 서비스한다.

네띠앙은 일반 전자우편 서비스는 무료로 계속 제공하되 스팸메일 차단기능 등을 갖춘 고급 e-메일서비스 등을 개발, 월 5천~1만원을 받고 제공할 계획이다.

◇ 고품질 서비스가 관건=돈을 내고 이용할 만한 고품질의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네티즌들의 유료화 거부감을 없앤 주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요금도 몇백~몇천원 수준으로 싸게 매겨 이용자들의 거부감을 줄였다. 보통 동호회나 일반 콘텐츠 등은 무료로 제공하지만 인기있는 만화.영화 등은 건당 2백~3천원, 아바타 아이템은 건당 5백~5천원대 수준이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게끔 인프라를 확충했다. NHN은 유료화를 하면서 서버를 2백대나 늘렸고, 고객센터도 새로 열었다. NHN의 송재화 팀장은 "처음 유료화했을 때 1천만명 정도였던 회원수가 유료화 후에도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 지금은 1천4백만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코리아닷컴도 화질이 개선된 동영상 서비스를 개발, 유료 영화관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편리한 결제시스템을 개발, 도입한 것도 유료화 활성화에 큰 몫을 했다. 네오위즈는 카드결제.온라인결제는 물론 휴대폰 결제 시스템까지 도입했다.

◇ 유료화 정착될까=유료화로 성공한 곳은 아직 일부 선발기업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기존 가입자의 2~5% 정도만 유료 서비스를 받고 있을 뿐 나머지는 아직 무료 서비스만 즐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유료화 성공기업'이 속속 등장하면서 경쟁력있는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올해 대부분 유료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네띠앙의 전하진 사장은 "아직 유료화가 정착됐다고는 할 수 없으나 차별화된 고급 서비스를 통해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은 줄인 만큼 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이 다양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종윤.염태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