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 도심 아파트 전세난 … 값 오르고 물량 자취 감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천안 도심지역 아파트 전세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영회 기자]

#1 김유성(38·가명·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씨는 전세로 살던 신방동 초원아파트를 최근 7500만원에 매입했다. 2년 전 4500만원이었던 전세가격이 계약 만료시점인 현재 6500만원으로(2000만원 상승)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김씨는 같은 평형대의 전셋집을 찾아 헤맸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결국 김씨는 2000만원을 추가 대출 받아 다시 2년을 전세로 사는 것보다 1000만원을 더 마련해 이사 걱정 없이 내 집으로 만드는 게 낫다고 생각해 매입을 결정했다.

 #2 쌍용동 현대 6차 아파트에 살던 이순영(41·가명)씨 역시 2년 전 1억3000만원이던 전세값이 1억8000만원으로 뛰자 고민 끝에 1억여 원을 대출 받아 인근 쌍용동 대우푸르지오 아파트(매매가 2억3000만원)를 샀다. 빚이 크게 늘었지만 2년 뒤 다시 이사할 생각을 하니 부담을 안고서라도 매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사철을 맞은 천안지역 아파트 전세·매매난이 올해에도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아파트 분양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물량을 쏟아내고 있지만 도심지역 아파트 단지 시세는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66~112㎡(20~34평형)면적의 중소형 아파트일수록 전세난은 더욱 심하다. 계약기간이 끝나는 중소형 아파트 세입자들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월세로 가거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수요에 맞춰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은 데다 신규로 아파트를 분양 받더라도 입주 때까지 거주할 중소형 아파트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월봉청솔1·2차 아파트의 경우 2년 전 8000여 만원이었던 매매가격이 현재 최고 1억2500여 만원 이상 거래되는 등 지난해에 이어 강보합세를 이어가고 있다. 4000여 세대(56㎡)가 입주해 있는 신방동 초원아파트는 불과 1년 6개월 전 5300만~6100만원이던 매매가격이 최고 80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중소형 단지인 월봉벽산·일성·태영 아파트(면적 95~105㎡)도 1억8000만~2억3000만원의 거래가를 형성, 1년 전 시세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마저도 매매·전세 물량을 찾기가 쉽지 않아 집을 구하려는 서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소형아파트는 집 주인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 전세대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쌍용·불당·백석동 아파트 단지 역시 전세가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면적당(1㎡) 시세 추이에 따르면 천안지역 아파트 전세가격(2013년 1분기, 121만원)은 1년 전(88만원)에 비해 36.36% 상승했고 매매는 같은 기간 138만원에서 170만원으로 23.19% 올랐다. 쌍용동의 경우 같은 기간 전세가는 97만원에서 138만원, 매매는 140만원에서 184만원으로 각각 42.2%, 31.4%로 천안지역 평균을 상회했다. 이 밖에 불당동은 전세 24.83%, 매매 9.95%, 백석동은 전세 38.68%, 매매 19.63% 상승률을 보였다. 아산시도 전체적으로 같은 기간 전세 35.44%, 매매 7.05%의 오름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매매가(-1.2%)와 전세가(15.3%) 상승률에 비하면 크게 높은 수치다.

조귀자 가나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지난해부터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아파트 전세, 매매가격이 급등한 이후 올해 들어서도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기에 전세, 매매 물량의 경우 지난해 보다 더 없다 보니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폐업할 정도로 매매·전세계약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역 미분양 아파트 시장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천안 도심지역 미분양 아파트가 대부분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천안시에 따르면 2011년 12월말 23개 단지 3456세대에 이르던 미분양 아파트가 2월말 현재 18개 단지(아산신도시 펜타포트 주상복합 포함) 1089세대로 1년 2개월 사이 2367세대가 소진됐다.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2015년 입주 예정인 백석4지구 아이파크(356세대)와 병천·성환·신방·안서동 등 외곽지역 미분양 아파트(615세대)를 제외하면 도심지역 미분양 아파트는 118세대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도 1월 89세대 2월 25세대가 세대가 소진됐다.

미분양 아파트 분양현황을 보면 소형 아파트의 인기가 여전했다. 40㎡ 이상 85㎡ 이하는 2011년 1953세대에서 374세대만 남았다. 85㎡ 초과는 1468세대에서 715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아 두 배의 차이를 보였다. 최근까지 천안지역 아파트 분양이 전무한데다 지속적인 인구증가와 기업 이전 등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원룸지역의 경우 공급과잉현상에 곳곳에 도시형생활주택이 원룸 수요를 흡수하면서 공실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천안시 관계자는 “기업유치 성과와 더불어 천안지역 인구가 꾸준히 늘고 실수요자들이 중소형 규모를 선호하면서 도심지역은 미분양을 찾아보기 힘들고 외곽지역도 미분양 아파트가 급격히 소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