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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자금출처·출구까지 조사 지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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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근혜 대통령의 ‘주가 조작’ 관련 발언을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기본적으로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는 주가 조작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지만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를 질타하는 것으로 비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제도상 허점 때문에 주가 조작을 막지 못해 개인들의 피해가 심각하다는 보고를 대통령이 오래전부터 받아왔다”며 “국무회의에서의 발언은 제도를 고쳐 주가 조작을 막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정치 테마주 등과 관련해 개인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은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 35개 종목과 관련해 200만 개 계좌에서 1조5494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 중 99.9%가 개인 계좌”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한국거래소는 정치테마주를 포함, 지난해 주가 조작이 의심되는 사례 282건이 발견돼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그러나 이렇게 적발된 주가 조작은 일부일 뿐 개인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여러 가지 주식 거래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청와대 측은 전했다.

 주가 조작은 또 지하경제와 줄이 닿아 있을 개연성이 있다. 법을 위반해 가면서 주가를 조작하는 자금의 원천이 추적하기 좋은 ‘깨끗한 돈’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박 대통령이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의 연장선에서 주가 조작을 언급한 이유다. 청와대 윤창중 대변인은 11일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주가 조작은) 지하경제 문제이며, 첫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것은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날 박 대통령의 발언은 “주가 조작 때문에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또다른 신호를 보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사실상 증여를 하는 일부 기업의 행태에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주가 조작은 자본시장법 위반 사항인데도 “주가 조작에 대해 ‘상법’ 위반사항과 자금의 출처, 투자수익금의 출구 등을 철저히 밝혀서 제도화하고 투명화해야 할 것”이라고 한 점이 이런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상법을 어겨가며 부당 내부거래를 해서 계열사 주가를 띄우는 일이 없는지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는 설명이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강남일)는 최근 강남구 역삼동 소재 D증권 지점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11일 밝혔다. 주식 투자 컨설팅 활동을 해 온 부장급 간부 3~4명이 경제전문채널 증권 투자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 매수 후 추천’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권혁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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