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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에 새 씨앗뿌린|괴테 「파우스트」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괴테」의 「파우스트」 (제1부)가 지난10월31일 그역사적인 한국 초연의 막을 올렸다.(국립극장에서6일간) 그것은 한평생 연극과 더불어 살아온 경안서항석선생의 신념과 정열에 찬 무대였으며, 우리나라 연극관객의 오랜소망이 이루어진 뜻깊은 공연이었다.
실상 「파우스트」의 상연은 연극에 뜻을 두었거나 관심있는 이들의 동경의 적이었고 그것을 생각할때 「파우스트」의 한국초연은 너무나 때 늦은감이 있는것이다. 더구나 이「파우스트」가 상연의 의의에만 만족치않고 관객에게 충분한 이해와 재미를 같이 주었다는 뜻에서 한국연극의 실력을 여실히 발휘한것은 기획·번역·연출을 도맡은 서항석씨뿐만 아니라 여기에 참가한 전 「맴버」의 단결된 노력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것이다. 듣기에 공연을 며칠앞두고 일부 「스태프」와 연기자의 변동이 있었다니 민망스럽기 그지없으나 그로 인한 눈에 보이는 차질은 없었으니 다행이라 하겠다.
이번 연기진의 수훈감은역시 「메피스토펠레스」의 김동원-무대를 휘둘러 춤을 추고 노래부르고 세치 혀를 놀려 관객을 매도한 그는 분장실에 들어와 외쳤다는것이다. - 『이래도 내가 쉰한살이냐?』 고.
막이 내릴 때까지 한결같은 저력으로 극을 이끌고 간「파우스트」 (장민민호)와 청순무비 「그레첸」 (나옥주)의 열연, 그리고 세심한 연출이 보여준 다양한 연기진의 조화는 근래에 보기드문 유쾌한 무대를 구축해냈다.
물론 여러가지 내적 외적 미흡한 조건으로 완벽한 「파우스트」가 탄생하지는 못했고 (그것은 일설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또 「외국것」만을 좋아하는 우리관객 기질이 진실로 아쉬운 것은 부인할수없다. 여하튼 「파우스트」의 이번공연은 이제까지 우리 연극술의 실력을 회의해오던 일부인사들에게 정녕 새로운 인식을 주었음에 틀림없으며 대단결을 성취한 연극계안에도 새로운 씨앗을 뿌린 것이다. 연극인의 대단결. 그리고 이들 마음껏 성원하여 운집했던 관객들- 어쨌든 「파으스트」는 우리에게 여러가지 교훈을 남겨주있고 아울러 「파우스트」 제2부에 대한 즐거운 기대마저 우리에게 심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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