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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에 마비 오면 척추수술 필요하다는 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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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세상병원 송준혁 원장이 척추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바른세상병원]

허리·다리 통증 때문에 걷기 힘든데 치료를 받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노년층 척추환자는 혼란스럽다. 최근 무분별한 척추수술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척추질환 초기에는 약물이나 운동요법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신경이 많이 손상돼 하체 마비증상이 있고, 대·소변을 잘 못 가리는 심각한 증상을 방치하면 오히려 독이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회복이 힘들 수 있다. 바른세상병원 송준혁 원장(척추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에게 고령층이 많이 겪는 척추질환과 치료가 필요한 증상에 대해 들었다.

누워 한쪽 다리 45도 못 들면 추간판탈출증

척추도 늙는다. 퇴행성 척추질환이 발생한다. 척추는 뼈와 추간판(디스크)이 견고하게 균형을 이뤄야 건강하다. 추간판은 척추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한다. 마치 물이 담긴 고무풍선 같다.

송준혁 원장은 “나이가 들며 척추 모양을 유지하던 주변 근육과 인대의 탄력이 떨어진다”며 “척추뼈가 흔들리고, 추간판이 삐져 나오거나 터진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에서 척추뼈와 추간판이 척수를 자극해 통증이 나타난다. 척수는 뇌에서 뻗어 나와 척추뼈 빈 공간을 관통한다.

노년기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척추질환은 척추전방전위증·척추관협착증·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뼈가 앞쪽(배쪽)으로 쏠리는 병이다. 척추신경을 눌러 허리통증을 일으킨다. 앉아있을 때는 증상이 없다. 걸으면 신경이 눌려 통증이 시작된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뼈와 인대가 척수를 꽉 누르는 병이다. 척추관은 척수가 지나가는 척추뼈 안의 공간이다. 척추관이 노화로 좁아지거나 척추뼈가 변형된 게 원인이다. 송 원장은 “환자는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을 호소한다. 많이 진행되면 100m도 못 걷고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추간판탈출증은 점차 탄력이 떨어진 추간판이 터져 발생한다. 추간판 안의 수액이 흘러나와 척수를 누른다. 허리뿐 아니라 다리·엉덩이·허벅지·종아리·발바닥·발끝이 저리고 아프다. 송 원장은 “앉아있을 때 통증이 크다. 누워서 한쪽 다리를 45도 이상 올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고령자 치료 제때하면 평균 수명 10년 늘어

척추질환 초기는 자연치유되거나 약물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심해지면 정밀검사 후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치료 부담으로 방치하면 오히려 병을 키운다. 활동량이 줄어 척추질환은 물론 기존 만성질환까지 악화한다.

송 원장은 “척추질환 증상 중에는 신경이 많이 손상돼 응급수술을 해야 할 상황도 있다”며 “24시간을 넘겨 수술하면 신경이 딱딱하게 굳어 회복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져 걷기 힘들고, 대·소변을 제대로 못 보면 신속히 치료가 필요하다”며 “쥐가 난 것처럼 발목이 마비돼 걷지 못하게 될 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노년층이 척추질환을 제때 치료받아 걸을 수만 있어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송 원장은 “2008년 국제학술지 ‘스파인(Spine)’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60대 이상 척추관협착증 환자 중 치료를 받은 군은 받지 않은 군보다 10년 생존율이 높았다”고 말했다.

최근 고령자의 수술 부담을 줄인 척추치료 도입이 활발하다. 송 원장은 “흉터와 통증이 적고, 회복기간이 짧아 고령 환자의 부담을 덜었다”며 “수혈이 필요 없고 골밀도가 떨어져 뼈가 약한 환자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척추관협착증과 추간판탈출증은 부분마취 후 조금만 절개해 치료한다. 꼬리뼈 부위에 2㎜의 얇은 관을 넣어 염증이 있는 척추신경 부위를 직접 보면서 치료하는 경막외신경감압술이 있다. 수술 부위를 약 1㎝ 절개해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만 제거하는 미세현미경술도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마디를 고정시키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즘 절개부위·수술시간·입원기간이 반으로 줄었다. 부분마취로 5㎝ 절개한 후 척추뼈를 바로잡는다.

송 원장은 “척추수술 후에는 허리를 반복적으로 앞으로 숙였다 펴는 운동보다는 수영장에서 걸어다니는 신체활동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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