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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의 불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서울대학교에서 7백50여명의 학생들이 「학원수호궐기대회」를 열고, 총장과 일부 교수의 사퇴를 비롯해서 학칙개정·처벌학생 전원구제 등 몇 가지 요구를 내세워 웅성거리고 있다.
위와 같은 학원의 불행한 사태는 비단 이번에 그친 일이 아니라 지금까지 여러 번 보아오던 일이다. 그때그때 제기되는 문제는 다르다 할지라도 학원에서 분규가 거듭되는 것은 어딘가에 근본적으론 잘못됨이 있지 않은가 한다.
왜 학원에서 무슨 일이 났다고 하면 그것이 곧 직선적이고 감정적인 형태로만 나타나는 것일까. 학교당국과 학생사이에 의사소통의 길이 전혀 막혀 있다는 것인지. 국가질서 속에서 지켜져야 할 학원의 자유는 학교당국과 학생들의 자율적인 협력에서 가능할 것인데 툭하면 대립하게 되는 것은 그런 대로의 이유도 있음직 하다.
그런 이유는 학 내적인 것과 학 외적인 두 가지 요인으로 나누어질 것이지마는 학 내외를 막론하고 대학교육, 아니면 대학존재 이유의 근본을 망각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음직 하다.
대학은 말할 나위도 없이 깊은 학문을 닦아야 하는 곳이겠지마는 그와 동시에 인격의 도야도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됨이란 필경은 사람들의 온갖 자질과 능력을 통일하는 본질적인 가치인 것을 새삼 일깨워야 할 시기에 이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부 또는 대학당국은 대학행정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서둘러야 하겠다. 정부는 대학을 마치 문교부산하의 한 기관으로만 생각하는 미망에서 깨어나야 하겠고, 대학당국은 엄하고 따뜻한 교권을 확립하여 마음으로부터 우러름을 받는 스승의 자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고, 대학생들은 그들 나름으로 우리 국가나 또는 인류역사의 장래가 그들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인지를 반성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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