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최경주, PGA 정상 멀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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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우승은 말고 준우승만 한번 해보면 좋겠네요." '탱크' 최경주(32)가 올 시즌을 앞두고 밝힌 시즌 목표다.

한번 우승으로 반짝하는 선수보다는 자주 5위권 이내에 들어 가는, 꾸준히 성적을 내는 '롱런' 선수가 되고 싶다는 뜻이었고 차라리 우승은 내년이나 내후년 쯤 노려볼 목표라고 덧붙였었다.

그러나 시즌 첫 대회를 마친 최경주의 기량과 경기 운영 능력은 이제 PGA 투어에서 얼마든지 우승도 노려볼만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줬다.

소니오픈에서 최경주는 장타력과 아이언샷, 그린 적중률에서 정상권 선수들과 큰 격차없는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드라이브샷이 빗나가도 아이언샷과 쇼트게임으로 이를 만회하는 '리커버리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그린을 벗어나면 보기를 밥먹듯 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72개홀에서 그린을 절반 가까이 놓치고도 파세이브에서 실패한 홀은 9개에 그쳤다.

특히 순위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퍼트가 몰라보게 나아져 이번 대회 4라운드 내내 라운드당 퍼트가 30개를 넘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버디 찬스를 만나면 어김없이 성공시킨 최경주는 이번 대회 4일동안 20개의 버디를 잡아내 랭킹 2위에 꼽혔다.

또 1, 2라운드에서 그런대로 중위권을 지키다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벌어지는 3,4라운드에서 맥없이 뒤처지던 뒷심 부족 현상도 사라질 조짐이다.

이같은 최경주의 변신은 'PGA식 스윙'이 완전히 몸에 익은 덕이다.

최경주는 "전에는 아이언으로 친 볼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렸으나 이제는 볼끝에 힘이 붙어 웬만큼 겨냥한대로 날아간다"고 말했다.

정상급 선수들의 스윙을 바로 옆에서 보고 배운 결과 힘껏 친다고 볼에 힘이 붙는 것이 아니란 점을 깨달았고 간결하지만 임팩트 순간 힘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는설명이다.

아이언샷이 좋아지면서 파세이브가 어려운 상황을 맞는 경우가 줄어 들었고 자신감이 붙어 퍼트도 자연스럽게 좋아졌다는 설명이다.

스포츠전문방송 ESPN에서 이번 대회 해설을 맡은 이언 베이커 핀치는 "최경주는PGA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연습을 열심히 한다"며 "더구나 한국과 일본에서 우승이 뭔가를 경험해봤다"고 말해 최경주가 PGA 투어에서도 우승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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