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연두회견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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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내외신 연두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부정부패 척결과 개각

-공직자 비리척결 대책은.
"특별수사검찰청을 중요 비리 척결을 전담하는 독립운영기구로 만들겠다. 대통령이 사정관계 책임자를 소집, 앞으로 1년간 국정운영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결심으로 일체의 부패를 가차없이 척결하는 대책을 곧 세워나갈 것이다."

-개각 구상은.
"솔직히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매일 터져나오는 게이트 때문에 정신 못차리고, 또 무슨 일이 있는 게 아닌가 해서 차분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상황도 자꾸 바뀌고 있다. 최근 각 분야에서 10여분을 모시고 한분 한분 일일이 의견을 듣고 있다. 기자회견 후에도 계속하면서 심사숙고할 것이다. 현재 어떤 계획도 전혀 수립된 바 없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대통령의 인사정책을 비판하는데.
"인사정책은 참 어렵다. 내가 인사정책을 다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인사를 해놓고 보니 잘 안된 것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적 색채나 지연.학연.친소관계를 배제하려고 애써온 것도 사실이다."

◇ 대야 관계

-대통령의 당적이탈과 선거중립내각 구성은. 야당 총재와 만날 용의는.
"지금 당적이탈 계획은 없다. 저는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됐고, 저를 찍은 사람은 민주당과 민주당 정책을 보고 찍었다. 유권자에 대한 저의 도리와 책임이 있다. 민주당 정책을 임기 중에 실천할 책임도 있다. 민주당을 근본 뿌리부터 같이 해온 사람으로서 민주당에 대한 애정은 조금도 변함없다. 나는 민주당 총재를 그만두고 국정에 전념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고, 또 그대로 하고 있다. 야당도 그렇게 하면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내가 약속을 어기지 않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선 더 이상 논의가 필요없다. 야당 총재는 언제든지 만날 용의가 있다."

-6월 지방선거의 조기실시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그것은 여야가 정할 문제여서 정부는 개입하지 않겠다."

◇ 경제전망과 서민생활

-경제전망은.
"올해 미국 경제가 1분기에 바닥을 치고 2분기부터 상승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의견이 대세다. 현재 상태에서 세계경제가 더 나빠지지 않으면 올해 내에는 4%, 좋아지면 잠재성장 수준인 5% 성장할 것이다. 물가는 3%선에서 억제되고 실업률은 3%대로 안정된 추세로 나갈 것으로 전망한다."

-공적자금 투입의 공과는.
"국민이 오해하는 것이 있다. 공적자금 1백50조원은 현 정부의 경제운용 과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 정권 때 은행이 부실경영해 무너지는 것을 뒷수습해준 것이다. 또 그냥 기업가들에게 줘 부실경영을 봐준 것이 아니라 은행에 준 것이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건전금융으로 돌아섰고, 국제적 신인도가 높아졌다."

-물가와 주택가격 상승대책은.
"건강보험.산재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이 세계적 수준에 와 있다. 건강보험이 차질을 빚고 있지만 시정해 반드시 제자리를 찾도록 하겠다. 주택 보급률은 1백%가 된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고 모든 사람이 집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주택과 전세구입비의 70%까지 장기저리로 융자해 내집 마련을 돕고 있다. 민생안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소비자물가를 3% 내외에서 반드시 억제하겠다."

-국세의 과감한 지방세 전환은.
"야당 때도 그랬고, 대통령선거 때도 약속했는데 실천하지 못하고 있어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안하고 싶어 안하는 게 아니라 국세를 지방세로 넘길 경우 경기도나 서울 같이 재정자립도가 높은 곳은 엄청난 수입이 보장되지만 강원.충청, 그리고 심지어 경북 등은 자립도가 30%도 안돼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 김정일 위원장 답방과 대북정책

-임기 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답방 성사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일안보팀을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金위원장의 방한에 대해선 현재 확실한 말을 할 수 없다. 문서상으로는 확실히 돼 있으나 실제로 오는 것이 얼마만큼 와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조금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그런(교체) 의견도 참고해 대처해 나가겠다. 현재 안보팀은 서로 긴밀히 토론하고 협의해 진행되고 있다."

-북.미, 한.미 관계 전망은.
"지금 확실한 전망이 없다. 미국 정부도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가 있고, 또 열망하고 있다. 다만 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상대방에 대해 신뢰가 서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기로 결정한 이상 북한의 체면을 세워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 교육

-지난해 수능시험이 어렵게 출제돼 과열과외로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정부가 올해부터는 자기가 하는 전공만 잘하면 대학 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한다고 했는데 당초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많은 혼란이 있어 입시를 치른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교육을 반드시 살려나가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고 적극 협력해 달라."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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