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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의 「재벌·대중경제」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민중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유진우씨는 그의 첫 번째 지방유세가 되는 지난 5일의 광주발신에서 재벌경제와 대중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고 들린다. 즉 보도에 의하면 그는 『이 나라 헌법기장에 참여한 사람으로 헌법의 일부가 사문화하는 것을 좌시 할 수 없으며 내가 주장한 사회균점을 실현하고 재벌경제로부터 대중경제로 질서를 바로 잡도록 하기 위하여 대통령후보를 수락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유씨의 열력이나 인품으로 미루어보아 비록 그가 험난한 정계에 투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의 발언과 주장의 근저에는 정치적인 것보다도 학문적인 것이 깔려있을 것으로 추단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의미에서 위와 같은 그의 발언내용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특히 그가 속하고 있는 민중당의 유부의장이 같은 자리에서 「무인정치의 종식」을 주장하고 있으므로 유씨가 말하는 재벌경제와 대중경제가 무엇을 의미하는 가에 관한 이론적인 부연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일반적으로 경제이론상의 공리에 따른다면 생산의 극대화를 위한 조건과 분배의 극대화를 위한 조건과는 일치되기 어려운 것으로 되어있다. 완전사회화의 체제가 아닌 한 생산. 분배간의 불일치를 종합균형으로 이끄는 수단은 정책적인 조정의 방법뿐이다. 경제복지와 사회후생을 증진시키기 위한 첫째 조건은 생산력의 증대이며 생산잉여의 사회적 분배에 있어서 가난한 자에게 귀속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게 되면 그만큼 복지와 후생의 도가 사회적으로 높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선 생산결의 증대가 이룩되려면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기업경영의 대규모화가 요청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이나 이론상의 업적들이 가르쳐주는 바와 같다. 그것은 소유형태나 경제체제의 여하에 불구하고 경제발전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경제법칙이다. 따라서 대규모화에 따르는 지배집중화의 경향마저 부인한다면 그것은 생산력, 따라서 소득의 증대와 경제발전, 따라서 사회후생의 증진자체를 거부하는 논리적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문제는 대기업, 환언하면 재벌의 형성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벌의 생산잉여를 사회후생, 이를테면 「균점」된 대중복리에 배분하는 정책상의 조정과 관리역량여하에 있는 것이다. 조세정책의 공평한 운영에 의해서 소득이전이 사회적 견지에서 이루어지고, 사회잉여의 생산적 이용을 위해서 경제정책이 집행되며, 국내자원의 부족을 메우고자 자본과 기술을 경제적으로 해외에서 도입한다면 생산과 분배, 그리고 재벌과 대중간의 화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조세감면이나 금융편혜, 또는 차관도입도 그것이 생산이나 수출증가를 위해서 경제성에 맞고, 그리고 적정한 규모에서 행해지고 있다면 논란할 여지가 없다.
문제는 경제성 대신에 정치성이, 또는 적정규모를 넘어서 과대하게 행해지고 있지 않나에 그 촛점은 있다. 따라서 조세감면이나 거액융자를 그 목적을 불문하고 「특혜」시 한다든지, 유휴영세자금의 생산적 목적을 위한 집중사용을 대중수사 운운한다는 것은 대중복지의 원천조성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의 논의가 안될 수 없다.
개발초기 단계의 과도적인 불균형현상을 고정시하여 「재벌과 대중」, 「특혜와 수사」로 그것을 양극화시키는 개명의 경직화는 비논리적이고 비역사적인 사고의 소산인 경우가 많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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