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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일수록 친근감 높고 종자 주권도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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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재래종을 발굴하거나 복원·개량해 새롭게 상품화하면 ‘친근한 블루오션’을 개척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 상품화하고 있는 재래종은 기존 종자보다 맛이나 영양, 모양, 번식력 등에서 뛰어나다. 기존 시장에 없던 우수한 새 상품이지만 어렸을 때 맛본 적이 있거나 예부터 있던 ‘토종’이라는 이미지 덕분에 낯설지 않다.

옛날 곶감을 상품화한 이제왕 현대백화점 건식품 바이어는 “고객이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토종 먹거리는 상품가치가 더 높아진다”고 말했다. 일제 때 말살되다시피 한 재래종의 복원은 종자 주권을 회복한다는 의미도 크다. 국립축산과학원 김인철 양돈과장은 “지금은 세계 각국이 우수하고 고유한 유전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세계 식량 종자의 57%를 세계 10대 종자회사가 공급하는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국제식물신품종보호동맹(UPOV)이 품종보호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등 글로벌 종자 전쟁은 큰 숙제다.

닭의 경우 일본은 순 토종 37종을 가지고 196종의 브랜드 닭을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대만도 1980년대 재래 닭 복원사업을 진행, 닭고기의 50% 이상이 국내에서 개발한 종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토종닭을 복원해 만든 ‘우리맛닭’을 개발한 이후 닭고기 수출이 증가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 따르면 닭고기 수출은 2000년 1710t에서 2011년에는 1만3000t으로 10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재래종 상품화에는 아직도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우선 시간과 비용, 노력이 많이 든다. 돼지의 경우 복원에만 20년, 25억원이 넘게 투입됐다.

꽃반시 곶감세트 등을 상품화한 선원규씨도 “백화점 바이어가 ‘삼고초려’하고 손해보전까지 약속해 옛맛 찾기에 도전한 것”이라며 “쉽고 빠르게 돈을 벌 수 있는 기존 종자 대신 옛 종자를 상품화하려다 실패하면 수천만원씩 날리는데 누가 선뜻 하겠느냐”고 말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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