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 토론방] '노사모' 해체해야 발제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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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먼저 노사모의 '성공적인 대형사고'를 축하한다. 예측이 어려웠던 인터넷 정치실험을 통해 새 대통령을 당선시킨 것은 세계적으로도 충격적인 관심거리다.

노사모는 변화를 열망하는 시대 정신을 앞서서 실험적으로 성공시킨 셈이다. 그러기에 '성공적인' 활동의 정점에서 노사모가 취할 향후 태도는 당선자 개인이나 회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선 이후 노사모는 과거의 그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어떤 모임이든 결성할 권리와 자유가 있다. 순수한 시민운동을 표방할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정치활동을 할 경우에는 다르다.

노사모의 장래에 대해 회원 간에도 의견이 분분한 모양이다. 투표를 통한 존속 결정과는 별도로 부산지부는 '노사모 권력화' 등의 이유로 지역노사모를 해체키로 했다.

노무현 당선자는 "노사모의 존폐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제2.제3의 노무현을 찾아내 또 한번 참여국민들의 스타로 만들어 달라"는 것과 관공서 등의 잘못된 문제를 지적하는 일 등 '시민 옴부즈맨'의 역할을 제안한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노사모가 스스로 해체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노사모는 대통령을 탄생시킨 조직이다.이미 권력집단이 된 셈이다. 둘째, 노사모는 盧 당선자의 사조직이다.

이는 펜클럽과는 다른 열성적인 신봉자들의 모임이다. 역대 정권 출범 이후 강제 해체된 민주산악회.연청.상도동.동교동.하나회 등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셋째, 노사모는 이미 선관위로부터 불법단체로 판정받은 만큼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불법 선거운동' 문제 여부를 떠나 활동의 불법성은 바람직하지 않다.

넷째, 노사모는 태생적으로 시민단체가 될 수 없다. 정부를 비판.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대통령 사조직의 변신이라면 곤란하다.

김석준 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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