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특집] 그라운드의 사령관,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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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패는 내 발에서 결정된다." 90년대 중반까지 세계 축구 최고 스타의 자리는 펠레(브라질)와 마라도나(아르헨티나) 등 전적으로 스트라이커의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허리 싸움에서 승부가 갈리는 현대 축구의 중심에는 강한 체력과 넓은 시야, 정확한 패스로 무장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자리하고있기 때문이다.

공수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키플레이어를 뜻하는 플레이메이커를 대부분의 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가 맡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그 중요성을 가늠할 수 있다.

'중원의 사령관'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으로 팀에 우승컵을 선물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이 포지션은 이제 각 팀을 대표하는 별들의 각축장이 됐다.

지단 이외에도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선정 '올해의 선수' 1.2위를 다퉜던 루이스 피구(포르투갈)와 데이비드 베컴(잉글랜드)도 모두 월드컵 최고 스타를 꿈꾸는 공격형 미드필더다.

하지만 역시 가장 주목을 받는 선수는 프랑스의 2연패를 이끈다는 각오의 지단. 98년 프랑스월드컵과 유로2000에서 프랑스를 정상으로 이끈 지단은 그 때마다 FIF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고 지난해 7월에는 6천500만달러라는 세계 최고 이적료를 기록하며 유벤투스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옮기는 유명세도 치렀다.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수 서너명을 순식간에 제치는 현란한 드리블과 패싱력, 여기에 필요할 때면 한 방 먹일 수 있는 득점력까지 갖춘 지단은 당대최고의 플레이메이커로 추앙받기에 손색이 없다.

지단의 아성을 넘보는 강력한 도전자가 바로 포르투갈을 우승후보로까지 거론하게 만드는 장본인인 피구다.

오른쪽 날개를 맡고 있는 피구는 거침없는 돌파도 일품이지만 게임을 읽는 천부적인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로2000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쳐 포르투갈을 4강까지 이끈 피구는 이후 레알마드리드로 옮기면서 지단에 의해 깨지기 전까지 최고액인 5천만달러의 이적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여기에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자존심 베컴도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굴 스타플레이어다.

환상적인 프리킥이 주무기인 베컴은 특히 그리스와의 지역 예선 최종전에서 인저리 타임때 프리킥을 골로 연결시킴으로써 조국의 본선 직행을 확정지어 잉글랜드에서는 영웅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

이외에도 '남미의 지단'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후안 베론과 전차군단 독일의 미카엘 발락, 이탈리아의 새로운 희망 프란체스코 토티도 꿈의 무대에서 이름을 날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들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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