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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공산권 정상회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8일부터 「모스크바」에서 공산권대표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회의에는 소련을 비롯하여 「알바니아」를 제외한 동구6개국, 그리고 몽고와 「쿠바」의 당과 정부와 군의 수뇌가 참가했다. 지난 7월「부쿠레슈트」에서 동구수뇌회담이 열린지 불과 3개월만에 열리는 이 회의는 본격적이고 폭이 넓은 공산권대표자회의라 하겠는데 이 회의는 대중공정책·「베트남」문제, 그리고 「유럽」 안보문제를 중심의제로 취급하게 되리라 한다.
3개월만에 다시 공산권대표자회의가 열리는 것은, 그동안 중공의 문화혁명이나 홍위병 운동으로 공산권으로 공산권내부에 일어난 정세변화, 그리고 베트남전쟁을 싸도는 미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폭이 넓은 공산권 대표자회의의 소집을 필요로 하게 되었기 때문이겠지만「타이밍」으로 보아서는 수일 내 열리게 되어있는 마닐라 회의를 정치적으로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북괴와 일본공산당이 북평에서 이탈하고 중공의 홍위병운동이 동구제국의 중공에 대한 위화감을 부채질하고 있는 차제, 소련은 중공을 분열주의자로 단죄하고 중공의 고립화를 더욱 촉진하여 공산권의 주도권을 확집하기 위해 이번 「모스크바」회의를 열게되는 것 같다. 소련공산당기관지 「프라우다」는 『각 형제당의 문서의 기조가 되어있는 생각은 중공의 「이데올로기」노선과 실제활동이 국내면·국제면 같이 제국주의 침략 세력에 조력을 주는 결과가 되었다는 것이다. 중공지도자가 추구하고 있는 정치노선에 대한 일치된 비난이야말로 각 공산당의 성명에 공통된 특징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중공이 반소노선을 철회치 않는 한 소련-중공간에는 추호도 타협의 여지가 없음을 유력히 입증하는 것이다.
소련은 「모스크바」 회담에서 중공을 결정적으로 고립화시키기 위해 지금까지 중공이 거절하고 있는 「대 베트남 수조 공동 전선」의 결성을 서두를 것이다. 중공이 만약에 여기에 응한다고 하면 모·임 체제의 반소노선은 크게 동요치 않을 수 없을 것이요, 또 만약에 거부한다고 하면 중공은 공산권내에 있어서 완전히 고립하고 말 것이다. 대 「베트남」수조 공동 전선의 결성이 행동으로 나온다고 하면 「베트민」이나 「베트콩」측의 전력이 가강될 것도 사실이지만, 공동전설 포진의 참다운 동기나 목적이 주로 보·임 체제의 반소노선을 분쇄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공동전선이 구현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베트남」의 전세에 대해 별로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공산권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한 「존슨」 미국대통령의 호소에 대해서 소련 공산당서 기장 「브레즈네프」는 지난 15일 일 소·파우호집회석상에서 미국이 「베트남」전쟁을 지속하고 있는한 미·소 융화란 있을 수 없다고 하여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중공의 대 「베트남」수조공동전선 거부를 이유로 중공을 분열주의자로 단죄하고 있는 소련수뇌는 공산권내의 주도권을 확집하기 위해서도 이런 상투적인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브레즈네프」가 같은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것보다 더 격렬한 어조로 중공을 비난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소련 수뇌의 진의는 북 「베트남」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을 배제하고 소련의 영향력을 결정적으로 만들어 「베트남」사태 해결에 있어서 주도권을 갖추어 두려는데 있는것 같다. 이러한 의도가 달성되면 소련은 「베트남」의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에 대해서 어떤 구체적인 정책전환을 요구하게 될 것 같은데 그것이 무엇일까는 지금으로서는 추측키 어렵다.
「유럽」 안보 문제나 동서의 관계개선 문제도 동구공산제국의 단결이 확보되지 않는 한 해결을 위해 전진할 수는 없다. 이번 「모스크바」 회담은 동구 공산국가의 단결을 회복하고 문제해결에 전진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기 위해 「존슨」 미국대통령의 호소에 대응하는 동구와의 정책조정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공산권의 단결은 소련을 정점으로 하는 지배-종속관계의 재현을 의미치 않을 것이다. 중·소 대립과 드골 외교를 이용해서 소련에 대해 자주성을 회복한 동구제국은 소련의 대중공 비난을 지지하는 대가로 가일층의 자주성을 요구하면 요구하지, 결코 예속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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