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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통일」전시 회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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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구 공산국들은 9월이래 중공을 개별적으로, 그러나 일제히 규탄해왔다. 화살의 과녁이 된 중공의「죄상」은「마르크스·레닌」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홍위대 운동과 월맹 지수 방해 공작이다.
「루마니아」와 「알바니아」를 제외한 모든 동구 공산국들은 그들이 월맹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하는 책임을 중공 탓으로 돌리고 중공은 사실상 미국의 월맹침략행위를 돕고 있다고 낙인을 찍었다.
이와 때를 같이 해서 소련공산당 제1서기 「브레즈네프」는 동구 세 나라를 순방했고 동구 수뇌들도 상호 방문을 한참 바쁜 일정을 보냈다.
이와 같은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마침내 집약된 것이 17일 밤의 예비토의를 거쳐 18일부터 본격화하는 「모스크바」 공산 9개국 정상회담인 셈이다. 「알바니아」를 제외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모든 가맹국과 「쿠바」·외몽고가 참석한 이 회담의 주제가 중공과 월남전쟁이라는 것은 이 회담의 실현과정과 시기로 봐서 명백한 일이다.
지난 13일「코시긴」이 중공을 비판한데 뒤이어 15일 「브레즈네프」는 소련·「폴란드」 우호의 모임에서 중공은 사회주의 진형의 월맹 방위를 위한 행동통일을 공공연히 방해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난했다.「프라우다」지도 「모스크바」회담이 개막되는 시각에 중공의 분파 작용을 통렬히 힐난하는 사설을 실음으로써 이 회담의 성격을 간접으로 설명했다.
말하자면 소련은 이번 「모스크바」의 대집회를 통해서 동구 공산권의 일치단결과 행동 통일을 과시하고 중공의 고립을 대외적으로 선전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소 분쟁서 중립을 지키는 「루마니아」가 참석한 것으로 보아 공동 「코뮤니케」를 통한 중공 비난까지는 가지 않을는지도 모른다.
소련은 「존슨」대통령의 「유럽」정책이 「드골」의 「유럽」 정책보다 실효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지난 7일 「뉴요크」 연설에서 「존슨」이 호소한 「동서유럽화해」문제는 이번 「모스크바」회담서 토의의 대상은 되지만 「브레즈네프」가 취한 부정적인 태도로 보아 그 무게를 월맹지수 문제에 양보할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회담이 「마닐라」정상회담을 앞질러 소집됐다는 사실을 계산한다면 한편으로 공산권의 단결을 강조하면서 월남전쟁에 대한 소련세력권의 분명한 「행동방침」이 최소한 대외전시용으로라도 밝혀질는지도 모른다. <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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