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5조2천억원 순익…4년 연속 적자행진 탈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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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이 지난해 무려 5조2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지난 4년 연속 적자행진에서 완전히 벗어나면서 구조조정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기순익의 상당 부분이 예대마진과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어 수익구조를 다원화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2개 은행의 지난해 영업결과 평화은행을 제외한 모든 국내 은행이 영업흑자를 기록한데 힘입어 은행권의 총당기순이익은 5조2천24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2000년 4조1천958억원, 99년 5조4천844억원, 98년 20조7천472억원, 97년 3조9천14억원의 4년 연속 적자 행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2000년과 비교해서는 당기순익 규모는 무려 9조4천199억원만큼이나 늘어난 것이며 은행들이 미래 손실에 대비해 쌓아둔 충당금까지 순이익에 포함시킬 경우 2000년보다 86.3% 증가한 14조8천274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별 순익규모는 통합 국민은행이 1조5천37억원, 한빛 6천억원, 조흥 5천200억원, 기업은행 4천530억원, 농협 4천203억원, 신한 3천521억원, 하나 3천100억원, 외환 2천500억원, 제일 2천210억원 등이며 평화은행만 20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부문별로는 예금과 대출이자의 차이로 인한 이자 수입이 14조5천585억원, 수수료 수입이 6조3천708억원, 신탁 운용 수입이 1조2천115억원 등이다.

이중 신용카드 구매에 대한 세액공제가 확대되고 현금서비스 한도제한이 완화되면서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대폭 증가한데 힘입어 수수료 수입이 전년 대비 35.2%가 늘었다. 현재 신용카드 수수료 수입이 전체 수수료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와함께 신탁자산의 안전위주 운용과 건전성 향상에 따라 신탁 부문 수입이 2000년 1조4천427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그러나 예대 마진으로 인한 이자 수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3.2%로 선진국 은행권의 55∼60%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 수익구조를 다원화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태문 금감원 은행경영분석팀장은 "지속적인 구조조정으로 부실대출이 줄고 신용카드 영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은행들의 영업수지가 대폭 개선됐다"며 "은행권의 경영효율이 향상됨에 따라 앞으로 흑자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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