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安 출마 소식에 "안부전화 해놓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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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4·24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한다. 사진은 안 전 원장이 대선출마 선언을 한 지 열흘 후인 지난해 9월 29일 오전 서울 노원소방서를 방문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안 전 교수는 10일께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 재개 결심은 예상보다 빠르게 나왔다. 4월 24일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할 경우 대선 불출마 선언 후 6개월 만에 정치를 재개하는 셈이 된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여줬던 우유부단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한 측근은 3일 “(출마 선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만들어진 ‘좌고우면하는 우유부단한 이미지’를 없애고, 정치인으로서 강한 의지와 구체적 계획을 보여주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전 원장은 지난해 대선일(12월 19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후 70여 일간 캠프 관계자들과 대선 패배 원인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의 한계와 정치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오래 고민하는 모습이 신비주의 전략으로 비춰져 국민에게 답답함을 줬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 만큼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묻어났다. 우선 ▶노회찬 전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하자 사흘 만에 전격적으로 노원병 출마를 결심했고 ▶귀국날짜가 알려지자 송호창 의원의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사실을 밝히는 신속한 행보를 보였다.

 오는 10일께 귀국할 안 전 원장은 공항에서 직접 출마 의사를 밝히고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 직접 국민에게 설명하는 등 대대적인 세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한 측근은 “귀국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정치 재개 선언을 할 것”이라며 “애매모호한 단어가 아니라 예측가능한 말로 정치 계획과 자신이 실현하고자 하는 정책을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당을 만들고 재·보선에 나가는 순서가 아니라 재·보선을 창당의 한 동력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 지금 당장이라도 당을 만들 수 있지만 정당의 지속성을 위해 창당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창 의원은 이날 이례적으로 안 전 원장이 노회찬 전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했다. 두 사람의 통화를 놓고 양쪽은 신경전을 벌였다. 송 의원은 “안 전 원장이 노회찬 전 의원에게 위로의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 전 의원은 본지 기자에게 “출마 기자회견을 잡아놓고 한 시간 전에 나한테 전화해 안부전화한 뒤 마치 기자들에겐 노원병 출마에 양해를 구한 것처럼 얘기한 것이 구태정치”라고 힐난했다. 그는 “안 전 원장이 출마를 상의했으면 나는 당연히 (만류)했을 거다. 우리 당에서 출마하기로 돼 있는데 그걸 나한테 양해를 구하면 내가 양해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안 전 원장을 향해 “개인적으로 안부전화를 걸어놓고 마치 양해를 구했다는 식으로, 정치하면 안 된다”며 “그렇게 해서 어떻게 새 정치를 하겠다는 거냐”고 쏘아붙였다.

 4월 재·보선에서 안 전 원장이 승리할 경우 정치권은 야권 개편 등 정계개편 회오리에 휩싸일 전망이다. 안 전 원장은 출마를 계기로 새 정치를 갈망하는 인사들을 한데로 묶는 낮은 단계의 정치세력화에서 신당 창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엔 적잖은 파장을 몰고올 전망이다. 이용섭 전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혁신하지 못하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받기 때문에 안 전 원장이 빨리 현실 정치에 뛰어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 측은 “우리는 안 전 원장의 발표와 상관없이 우리 프로세스대로 재·보선 지역의 후보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후보를 내도 (안 전 원장은)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독자세력화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강인식·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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