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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핸드백 소문난 브랜드 "왜 명품 소리를…"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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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조ㆍ악어 가죽으로 만든 가방 브랜드 ‘호미가’는 최근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 가방 오인 사건이 없었더라도 유통가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던 참이었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서울 압구정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모두 잡화 부문 매출 신장률 1위를 차지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수제 가방을 제작하던 정윤호(52·사진) 대표가 스스로 브랜드를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게 2000년. 13년 만에 자타가 인정하는 ‘명품 브랜드’를 만든 그는 명품 시장의 지각 변동을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다음은 일문일답.

-국산 브랜드라 처음엔 냉소를 받았다던데.
“서러운 일이 많았다. 가장 힘든 게 ‘명품’이라는 꼬리표였다. 기계로 만들고 대량생산을 했는데도 천정부지로 가격이 치솟은 수입 가방을 명품이라고 앞다퉈 사면서, 우리는 최고급 가죽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만들었는데 왜 명품 소리를 못 듣는지 억울했다.”

-시선이 바뀌기 시작한 건 언제인가.
“매출이 뛴 걸 보면 2009년께 조금씩 변화가 시작된 거 같다. 중산층이 어려워진 금융위기가 반전의 기회인 듯하다. 2009년 이후로 매년 매출이 두 배로 뛰고 있다. 본격적인 변화는 지난해 상반기부터다. 인터넷 같은 데 ‘너무 마음에 든다’는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손님들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한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엔 미국ㆍ유럽은 넘지 못할 벽이라고 생각하고, 거기 제품이 당연히 우리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지 않나. 지금은 삼성전자도 그렇고 김연아 선수도 그렇고, ‘우리 것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다들 가지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브랜드를 키우려면 국가 위상이 높아져야 한다고 본다.”

-소비자 계층도 바뀌었나.
“물론이다. 손님들이 외국산 명품을 많이 써보면서 ‘가격만 비싸고 그저 그렇네’ 하는 시각이 생겨났다. 눈이 높아진 것이다. ‘어디 브랜드다’ 따지기보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마음에 드는지,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지를 많이 따진다. 특히 우리 제품은 똑같은 가방 패턴이 많지 않게 주문제작을 하는 게 매니어층을 늘린 것 같다.”

-국산은 아직까지 품질은 뛰어나도 전통이나 스토리텔링 같은 마케팅이 약점인데.
?장인 출신으로 솔직히 마케팅까지 하기가 쉽지는 않다. 디자이너나 장인들이 브랜드를 론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경영인의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쉽게 브랜드를 키울 수 있을 듯하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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