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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의 비밀 친구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어린 시절.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일은 그 중의 반도 되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 속으로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을 외워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면 그보다 더 신나는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은 신기한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주인공이 나오는 '달의 요정 세일러 문'이나 '해리 포터' 시리즈에 열광을 하는지도 모릅니다. 만약, 자신이 직접 마법을 부릴 수 없다면 대신 뭐든지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사 친구라도 하나 갖고 싶어지겠지요.

『책상 밑의 도깨비』에 나오는 키 작은 소년은 모든 어린이들이 꿈꾸는 신비한 친구를 가졌습니다. 소년의 책상 밑에는 꼬마 도깨비가 살고 있는데, 생김새는 솜사탕 같고 아이가 슬프고 속상할 때는 즐겁게 위로를 해 줍니다. 게다가 제일 신나는 건 마법을 부려 주인공이 원하는 모든 소원을 다 들어 준다는 겁니다.

이 책에서 그 소원들은 환상적인 모험의 세계로 간다던가, 세계를 구하는 용사가 되는 커다란 것들이 아닙니다. 대신 갑자기 작던 키가 쑥쑥 커지고, 놀림을 받던 꽃무늬 헌 자전거가 파란 새 자전거로 바뀌는 일상의 사소하지만 아주 간절한(그래서 아이들이 무척 공감하게 되는) 바람들이에요. 소년은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상상의 마법으로 자신의 마음을 토닥이며 지냅니다.

믿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하지만, 상상의 친구들이 모두다 그렇듯이 소년에게도 이런 친구의 존재를 의심하게 되는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좋아하는 여자 아이, 유미에게만 특별히 꼬마 도깨비 이야기를 해주었지만 “거짓말이지?” 하면서 믿지 않은 거예요. 몰래 듣고 있던 심술맞은 반 친구도 ‘거짓말쟁이’ 하며 머리를 한 대 때렸습니다.

좋아하는 친구에게까지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아이는 크게 상심하게 됩니다. 그리고 울면서 “너에 대해 아무도 믿으려고 하지 않아. 내가 거짓말쟁이래.”라는 말을 해버렸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소년의 마음속에서는 사실 ‘진짜 도깨비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한구석에 또아리를 틀고 있겠지요.

그러자, 꼬마 도깨비는 아이의 책상 밑에서 어디론가 사라져 버립니다. 상상에 의해 생명을 받았던 존재는 그것을 믿지 않으면 나타날 수 없으며, 안타깝게도 아이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슬픔에 빠진 거예요. 얼마의 시간이 흐르고 아무리 불러도 도깨비가 나타나지 않자 마음이 가라앉은 소년은 “난 거짓말쟁이라고 불려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며, 꼬마 도깨비를 그리워합니다. 이때서야 비로서 아이는 커다란 슬픔을 자신의 힘으로 넘어선 것이겠지요.

꼬마 도깨비라는 비밀 친구가 나오는 『책상 밑의 도깨비』는 상상의 힘을 빌려 세상을 살아가는 한 아이의 모습을 공감이 되는 여러 가지 상황을 통해 아주 생생하고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어린이들 자신의 모습처럼 꼬마인 ‘도깨비’는 안전한 책상 밑에서 밖으로 나오기가 무섭지만, 언젠가 조금 더 어른이 되면 하늘을 훨훨 날게 될 거라고 말해요.

그리고 도깨비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날이 도깨비의 힘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게 된 아이가 이 상상의 친구를 마음속에서 천천히 떠나 보내는 때가 되겠지요. 하지만, 꿈을 가지고 있는 한 언제나 가장 필요할 때 마법의 비밀 친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찾아 올 것입니다. 그게 장난꾸러기 꼬마 도깨비든, 초록 색의 작은 요정이든 그건 아무도 알 수 없을 테지만 말이에요. (이윤주 / 리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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