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거부반응 유전자 제거된 복제 돼지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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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자 3명이 참가한 미국의 대학.바이오벤처 공동 연구진이 인체 장기이식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녹아웃(knock-out) 돼지를 복제하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미주리대학과 바이오벤처 이머지 바이오 세러퓨틱스(Immerge Bio Therapeutics) 연구진은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4일자)에서 인체에 이식됐을 때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제거된 복제 돼지 4마리가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강원대 수의학과 정희태 교수가 미주리대 객원교수로, 축산기술연구소 임기순 박사가 국제 공동연구과제로, 그리고 박광욱 박사가 미주리대 박사후연구과정으로 각각 참여했다.

연구책임자인 미주리대 랜들 S. 프래더 교수는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몸안에서 동물 장기에 대한 격렬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거부반응 일으키는 효소의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를 복제한 것은 이종 간이식을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돼지 세포의 핵에서 인체 내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물질(효소)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아내 그 기능을 정지시킨 뒤 이 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결합시켜 복제 돼지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임신 37일째 유산된 돼지 태아에서 섬유아세포를 추출해 핵에서 인체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효소(α-1,3-galactosyltransferase) 유전자(GGTA1)를 제거한 뒤 이세포를,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결합시켜 배아를 만든 뒤 이를 대리모 돼지에 이식해 복제돼지를 탄생시킨 것이다.

일반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면 인간 면역체계의 항체가 돼지 장기 세포의 표면에 있는 당 성분(α-1,3-galactose)과 결합하면서 강력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번에 태어난 복제 돼지들은 이 당 성분을 만드는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장기를 떼어내 인체에 이식해도 거부 반응이 일으키지 않게 된다.

연구팀은 또 실험실 배양 환경에서 이 복제 돼지의 세포들이 인체 세포에 돼지레트로바이러스(PERV)를 감염시키는지 조사한 결과 감염이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돼지 레트로바이러스는 돼지 고유의 바이러스로 아직 인체에 해를 준다는 보고는 없지만 돼지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경우 거부반응 다음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정 교수는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를 제거한 세포를 복제하는 것이 일반 체세포를 복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며 "이 연구로 인체 거부반응 유전자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이 유전자가 없는 돼지도 살 수 있음이 증명됐기 때문에 이종(異種) 간 장기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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