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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사건처리에 대한 국회의 자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부·여당수뇌들은 4일 한비관계 밀수사건에 대한 기본조사결과와 그에 대한 보완조사를 하기로 한 검찰의 방침을 양해하고 이 처리방침을 토대로 하여 국회의 대정부 질의를 6일로 종결하며 밀수사건「특별조사위」구성문제는 야당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총무단 재량으로 협상에 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있다. 권 법무장관은 이날의 보고에서『법인체는 벌과금의 대상은 될 수 있지만 체형 등 형사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히고 『민주국가에 있어서 여론이란 무시할 수 없는 일이지만 법을 다루는 입장에서 한비밀수사건을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다.
이와 같은 정부·여당의 태도 시사는 한비밀수사건에 대한 수사가 최단시일 내에 종결되기로 되어있는 현시점에서 각별히 주목할만한 것이다. 그동안 한비밀수사건의 수사를 둘러싸고 정계와 일반의 여론이 비등했었고 국회에서의 발언내용 중에는 과열한 나머지 법치주의의 대원칙조차 은연중 부정하는 듯한 자극적인 발언도 있었다. 이제 수사가 최단시일내에 매듭짓게 되어있는 이 마당에서 정부당국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국민의 관심사였는데, 권 법무가 민주국가에 있어서 여론을 무시해서는 안되지만 법을 다루는 입장에서는 법대로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법치주의의 기본원칙을 재확인했다는 의미에서 민주주의의 원리에 맞는 태도라고 생각된다.
밀수란 가증스러운 반국가적 범죄이므로, 박대통령이 언명한대로 『사건의 대소와 범법자의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히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은 물론이다. 이번 한비관계 밀수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고 여론의 격분과 비난을 사지 않았다 하더라도 의당히 엄중한 처단을 받아야 옳다. 그러나 밀수사건의 관련자가 한비의 간부들이라하여 법을 무시한 관용이 베풀어져도 안되겠거니와 그 반대로 여론의 비난이 집중하고 있다고 하여 법에 의한 처단 이상의 제재가 가해져도 안된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이므로 범법자는 어디까지나 그가 범한 죄과에 따라 법에 의해서 처단되어야한다. 바꿔 말하면 세론에 따라 법 이상으로 처벌이 가중되어서도 안되고, 법이 요구하는 제재이하로 관용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는 밀수사건에 관한 대정부 질의를 이미 6일간이나 계속해 왔다. 이 사건에 관한 국회의 대정부 질의는 국민이 납득이 가는 선까지 지속되고 신속히 종결토록 해야한다. 우리는 대정부 질의의 지나친 연장으로 정기국회가 마땅히 처리해야할 산적한 안건들을 처리하는데 필요한시간을 희생치 않기를 원한다. 이점 국회의 현명한 처리에 기대를 걸고 싶거니와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가지는 것은 국회가 「밀수사건 특별조사위」를 구성하여 그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겠느냐 하는데 있다.
종래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른바 「특별조사위」의 구성과 그 운영은 정치성의 개재 때문에 그 활동이 유야무야로 끝난 예가 비일비재한데, 국회는 기왕의 경험을 잘 살려서 「특별위」의 구성문제에 관해 각별히 신중해 주기를 요망하고 싶다. 검찰수사가 철온적이거나 고의적으로 핵심을 피하고 있다면 별문제려니와 대통령자신이 단호한 결단을 내리고 검찰이 세인이 주시하는 가운데서 밀수사건을 계속해서 엄격히 파헤치고 있는데, 수사의 전문기술을 기대할 수 없는 국회가 특별조사위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옥상옥을 세우는 결과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국정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도 정밀하게 파헤치면 국회의 국정심의와 입법기능을 제대로 살릴 수 있잖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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