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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와 위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병사를 자식들처럼 생각하라. 그러면 깊은 꼴짜기 까지도 너를 따라갈 것이다. 그들을 너의 자식처럼 보라. 그러면 너를 위해 죽기를 서슴지 않으리라. 그러나 위엄없이 너그럽고 인정이 많아 명령을 내리는데 주저한다면 더구나 질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병사는 버린 불효자식이나 다름없이 될 것이다.』
이것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한 귀절이다. 활이나 창검을 휘두르며 싸우던 천년 전의 먼지 묻은 병법이지만, 이 말은 원폭과「미사일」시대의 현대전에서도 여전히 그 빛을 잃고있지 않다. 미군의 지휘관교본에도 곧잘 인용되고 있는 말인 것이다.
자애와 위엄을 동시에 갖춘 군대야말로 강한 군대이다. 위엄만 가지고서는 부하를 다스리지 못한다. 왕년의 일본군이나 「나찌스」는 위엄만을 가지고 통솔했지 자애라는 것이 없었다. 그러기에 그들은 언뜻 보기엔 강한 군대같이 보였지만, 2차전에서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한편 민주적인 군은 자애나 인정에 끌려 때로 위엄을 상실할 때가 많다. 상하의 질서나 군기가 문란해져 절도없는 군이 될 위험성이 많다. 「케인호의 반란」이라는 미국의 「베스트·셀러」에도 그 점이 극명하게 그려져 있다.
자애와 위엄을 갖춘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들은 서로 모순되는 두 개의 극 위에서 존재한다. 우리의 국군이 창설된지도 18년.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백년의 전통을 가진 다른 나라의 군대에 조금도 뒤질 것이 없는 막강한 힘을 자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식 군대풍의 잔재와 미국식 군의 관념이 서로 혼류해 오는 가운데서 성장해왔던 것은 부인 못한다. 이제 우리의 군도 20년 가까운 연륜이면 장년기에 들어선 것과 같다. 한국군이라는 독특한 전통을 세울 때가 온 것이다. 해마다 국군의 날을 맞는다는 것은 단순히 기념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전통의 연륜을 확인하는 행사라 할 수 있다. 한층 더 자애와 위엄을 갖춘 군대가 되도록 축배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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