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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성열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봉·봐야즈」-먼 여행길을 떠나는 사람을 향해 사람들은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 뜻은 즐거운 여행을 하라는 말이지만, 불어의 원 의미는 항해라는 것. 엄격하게 따지자면 선박 여행자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다. 이렇게 항해란 말이 곧 여행이란 말로 보이게 된 것은 옛날 서양인들의 해외 진출의 군상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들은 여행을 좋아했다. 그것도 그냥 여행이 아니라, 바다너머의 미지의 나라, 멀고 먼 세계를 향한 모험이었다. 벌써 희랍의 전설시대만 해도 10년동안 바다를 건너가는 「오디세이」 장군의 항해담이 서사시의 한 뼈대를 이루었던 것이다.
우리 나라가 뒤진 요인을 따지면 여행을 과히 즐기지 않았다는 데에도 그 이유가 있을 법하다. 민족의 행동반경이 그만큼 좁았다. 여행이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통수단은 발달하지 않았고 길은 어디로 가나 구절양장이었다.
현대라고 예외일 수 없다. 무슨 목적이 있기 전까지는 여행 자체를 즐기기 위해 길을 떠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기에 추석이나 돼야 비로소 여행을 해보는 것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우리의 한 풍습이었다. 1년내내 자기집 울타리를 맴돌며 지내는 사람들. 돈이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 그 서민들에겐 추석이나 돼야 한 가족을 이끌고 여행 비슷한 것을 해 보는 것이다.
그런데 귀성열차는 어떤가? 교통지옥은 서울만의 전설이 아니다. 요즈음 경부선을 비롯하여 지방철도편은 서울의 「버스」간보다 항렬이 더 위라는 이야기다. 모처럼 고향을 찾아가는 여행자의 마음은 이리 밟히고 저리 밟히고 결국은, 뭐니뭐니해도 「집처럼 편한데가 없다」는 달팽이철학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작은 문제 같지만 불편한 귀성열차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은 크다.
사회는 혈액과도 같아서 그 순환이 활발하여야 혈색이 좋아지는 법이다. 길 한번 떠나는 것이 그렇게 어렵고 힘이 들어서야, 동맥경화증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1년에 한번쯤 떠나보는 우리의 초라한 여행풍속이다. 그 추석 귀성열차가 해마다 지옥이라니 안타깝다. 편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무슨 대책이 없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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