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털뭉치 아니었네 예쁜 뜨개옷이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7면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최향랑 글·그림, 창비
36쪽, 1만1000원

모든 동물들에게 원하는 옷을 만들어주는 숲 속 재봉사에게 냄새 나는 털뭉치 괴물이 찾아온다. 옷을 만들어달라며 재촉하는 털뭉치 괴물을 본 재봉사는 숲 속 친구들과 함께 목욕부터 시킨다. 알고 보니 털뭉치 안에선 주인에게 버림받은 작은 강아지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숲 속 동물들 사이에선 강아지가 벗어놓은 털뭉치에서 실을 감아내 예쁜 옷을 뜨개질 하는 바람이 분다.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의 삽화.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를 벗어놓은 강아지가 나란히 털옷을 뜨고 있다. 주인에게 버려진 뒤 더러운 털뭉치에 갇혔던 강아지는 재봉사를 만나면서 다시 태어난다.

 떼 쓰는 아이건, 행패 부리는 어른이건, 냄새 나는 털뭉치를 치우고 나면 그 속엔 여리고 약한 자아가 숨어있지 않을까. 남들을 위협하던 더러운 털뭉치도 깨끗이 씻고 물을 들이면 예쁜 옷을 짜내는 털실이 될 수 있다는 건 짜릿한 반전이다.

 숲 속 동물들에게 원하는 옷을 해 입혔던 최향랑의 전작 『숲 속 재봉사』의 후속편이다. 재봉사는 전작에선 꽃잎·씨앗·깃털 등 자연물로 옷을 지었고, 이번엔 색색의 털옷을 떴다. 다음 번엔 어떤 이야기와 어떤 옷으로 찾아올지….

이경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