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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돌연사 유발하는 비후성심근증 아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영길(42)씨는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 잘 달리지 않는다. 젊은 시절 김씨는 또래와 비교해 숨을 더 빨리 헉헉 댄 적은 많았다. 하지만 군 복무도 무사히 마쳐 그냥 체질이려니 하고 지냈다. 그런데 날이 갈 수록 호흡곤란이 심해졌다. 결국 병원을 찾은 김씨는 '비후성심근증'이라고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특별히 증상이 나쁘지 않아 꾸준히 약만 먹으며서 지냈다. 그런데 횡단보도 보행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뛰던 중 갑자기 쓰려졌다. 인근 응급실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비후성심근증은 선천적으로 심장 근육이 지나치게 두꺼워 심장의 기능을 방해하는 병이다. 심장에 피가 뿜어져 나가는 출구가 근육에 막혀 혈액이 제대로 나가지 못해 호흡곤란, 가슴통증, 어지럼증, 실신 등의 증상을 겪는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해외자료에 의하면 인구 약 500명 당 1명(0.2%) 꼴로 이 병을 가지고 있다. 이중 약 70%가 혈액의 출구가 좁아져 돌연사 등의 위험성이 큰 환자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황도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11년 통계청의 국내 사망원인 발표에 따르면, 각종 심장질환 돌연 사망자가 연간 2만3000여명에 달한다. 대한법의학회지의 광주전남지역 자료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부검 중 심장질환 관련 사망의 약 7%가 비후성심근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에도 많은 수의 환자가 비후성심근증으로 돌연사 하는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중앙대병원 흉부외과 홍준화 교수는 "두꺼워진 심장근육을 잘라내면 정상적으로 생활이 가능하지만 약물 치료만 받다가 상태가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비후성심근증 환자는 과도하게 운동을 하면 심장의 부담이 늘어난다. 때문에 꾸준히 약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피가 나가는 혈액유출로가 막혔다면 심장근육을 잘라내는 '심근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심근절제술은 가슴 앞쪽 한뼘 이하의 작은 절개를 통해 대동맥 판막 아래쪽의 근육을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로 잘라내는 수술이다. 평균 일주일 정도의 입원이 필요하고 2~3주 후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치료효과도 좋다. 심장혈관분야 유명 학술지인 JACC(Journal of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따르면 비후성심근증은 수술을 할 때 생존율이 높으면서, 부정맥 위험을 줄여 돌연사 확률도 줄인다. 장기 생존율도 높여 병이 거의 없는 일반인과 비슷한 상태를 보인다. 미국심장학회에서도 2011년 수술치료를 알콜주사요법 보다 우월하다는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중앙대병원 심장혈관센터 순환기내과 김상욱 교수는 "국내에서도 비후성심근증 환자를 흉부외과에 의뢰해 심근절제수술 후 환자를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해 보면 증상의 호전이 뚜렷하게 있고 알콜 주사요법과 약물치료보다 수술적 치료가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인식부족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는 연간 약 150~200건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반면 국내에는 수술이 잘 알려지지 않거나 수술 경험이 있는 흉부외과 의사가 많지 않아 수술이 치료로 추천되는 비율이 낮다.

홍준화 교수는 "국내는 수술적 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아직도 약물치료나 알콜주사치료에만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비후성심근증은 20~30대 젊은층의 급사와 밀접하게 연관있다. 특히 이 질환은 유전적 성향이 강하다. 만일 직계 가족 중에 돌연사하거나 비후성심근증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가족 전체가 심장초음파 등의 정밀검사를 통해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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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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