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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이 문제] 아산 마중버스 실효성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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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산 신정호 인근에 사는 이연희(온양중 3·가명)양은 지난해 11월부터 아산시에서 시행하는 마중버스를 이용해 학교에 간다. 집과 학교와의 거리가 꽤 멀어 마중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1시간을 넘게 가야 했지만 요즘은 30분 정도면 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이양은 “마중버스가 없을 때는 등하교를 하는데 있어 불편함을 느껴왔다”며 “우리동네는 학교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 부모님의 차를 타고 다녀야 했는데 이젠 그런 수고스러움이 없어 좋다”고 말했다. 아산 휴대리에 사는 박선미(용화중 3·가명)양도 마중버스를 이용하면서 학교다니기가 편해졌다. 박양은 지난해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 댁으로 이사를 해야 했다. 다니던 학교와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했다. 오전 8시20분까지 등교를 해야 했기 때문에 늦어도 오전 7시 이전에는 나와야 시간 맞춰 도착할 수 있었다. 박양은 “승용차를 이용하면 2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거리를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해 1시간이 넘게 걸려서 학교에 갔다”며 “등교버스가 생겨 아침에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 아산 배방읍 장재리에 거주하는 이원자(61·여)씨는 지난달에야 아산에 마중버스가 다니는 걸 알았다. 그동안 동네에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신도시로의 이동이 불편했던 이씨는 마중버스를 이용해 한결 수월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배차간격을 제대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곤혹스러운 적도 있다. 이씨는 “마중버스라는 교통체계가 생겨 편하긴 하지만 배차간격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사항으로 보인다”며 “아직 동네 주민들 중 대다수가 마중버스에 대해 모르고 있어 전반적인 홍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아산 도고면, 마중버스가 면사무소 부근을 지나고 있다. 오후 시간대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버스엔 기사 혼자뿐이다. [조영회 기자]

수입보다 오지마을 주민들의 편의성 고려를

아산시가 지난해 11월 10일부터 ‘마중버스’제도를 시행해 외곽지역에 사는 학생들에게는 전반적으로 호평을 얻고 있지만 시민들에게는 이렇다 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개선책이 요구된다. 아산시에 따르면 마중버스는 버스 미 운행 지역에 16인승(소형) 버스를 증차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본지 11월 13일자 2면 참조)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시행중인 ‘마을버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아산여객이 입찰을 통해 대행 운수업체로 선정됐다. 사업비로는 버스 1대당 연간 1억여 원(보험료 포함), 총 5억여 원이 투입됐다. 노선으로는 오지·등교노선·순환노선 등이 있으며 버스는 총 5대 운행된다. 마중버스 5대는 버스 미운행 지역인 도고면 신통리, 효자리 등 산간지역 5개 마을과 출퇴근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은 배방 신도시~둔포 테크노밸리를 순회하고 있다. 또한 학생수가 가장 많은 도심 3개 중학교를 등교 시간대에 1회 운행하고 있다.

하지만 마중버스를 시행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대다수 시민들이 이러한 교통체계를 모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이 때문에 이용객은 현저히 낮아 예산 투입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마중버스가 운행을 시작한 지난해 11월 총 탑승자는 976명이었다. 20일을 운행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버스 5대가 겨우 하루 평균 49명을 수송한 셈이다. 버스 대수로 따지면 9.7명의 손님을 태운 것이다. 둘째 달에도 총 탑승자는 1665명에 그쳤다. 지난 1월에도 1810명에 불과했다. 버스 한대가 수송한 인원이 택시 한대에도 못 미쳐 예산 투입대비 효율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비난은 모면하기 어렵게 됐다.

마중버스의 이용객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시에서의 ‘미흡한 홍보’라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장재 11블록 ‘마중버스 4번’ 종점에서 만난 운전자 최상훈(48)씨는 “마중버스를 운행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민원은 도대체 어디에서 버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며 “버스 승강장마다 마중버스의 배차간격을 알리고 정확한 승강장 표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대로 알기만 한다면 정말 편한 운송수단이 마중버스다”라며 “좋은 교통체계를 운영하면서도 홍보부족으로 이용객들을 높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마중버스는 예산상의 이유로 승강장을 마련하지 않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반 시내버스보다 마중버스의 요금이 훨씬 저렴하다는 것은 장점이다. 성인은 600원, 중고생 500원, 초등생 300원으로 시내버스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정규관 시 교통행정 담당은 “마중버스는 오지 산간마을 주민들과 학생들의 이동을 돕기 위해 도입한 것이므로 경제적 수입을 논해서는 안된다”며 “아직 시행초기이기 때문에 홍보에 미흡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시 홈페이지와 승강장 등에 꾸준한 홍보를 펼쳐 시민들이 마중버스 체계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중택시는 단일요금제 문제로 운행 중단

아산시가 마중버스와 함께 수요응답형 교통체계로 전국 최초로 도입한 마중택시 제도는 지난 1일부터 전면 중단됐다.

 마중택시는 오지마을의 좁은 도로 등의 이유로 시내버스와 마중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곳을 다니는 교통수단이다. 택시업체의 손실은 시비를 통해 보전해준다. 시는 지난 1일부터 아산과 천안을 오가는 시내버스의 할증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천안시가 운수업체들에 지급하는 손실보상금에 대한 조례가 없어 선거법에 저촉된다는 논란으로 시행을 미뤘었다. 이에 시는 마중택시까지 시비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둘러 운행 중단을 결정했다. 또한 조례를 제정해 다음달에는 마중택시를 재운행 하고 시내버스 단일요금제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아산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마중택시 운행과 단일요금제 시행에 필요한 조례안을 이달 시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조례 제정 절차가 마무리되면 3월 중순쯤 시민들이 시내버스 단일요금제와 마중택시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시는 시내버스 단일요금제를 시행하는 타 지역 사례 등을 담아 중앙선관위에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한 상태다.

 한편, 아산시의 시내버스 단일요금제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천안시는 시내버스 단일요금제 시행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글=조영민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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