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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각국의 월드컵 열기, 멕시코

중앙일보

입력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북중미지역 마지막 예선이 벌어지던 지난달 11일 멕시코시티의 국립 아스테카 축구경기장은 온통 '뜨리 꼴로르'(멕시코의 홍·녹·백 3색국기의 별칭)의 물결이었다.

11만5천여명을 수용하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멕시코 관중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귀청을 따갑게 만들었으며,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도심거리 역시 말 그대로 텅빈 상태였다.

예선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탈락 위기에 놓인 월드컵의 '단골손님' 멕시코로서는 온두라스와의 마지막 대결에 명운을 걸 수 밖에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컨페드컵 등 5연패의 수렁에 빠진 엔리케 메사 감독을 전격 경질, 하비에르 아기레에게 지휘봉을 넘기고 팀컬러까지 바꾼 멕시코 대표팀은 사력을 다해뛰었다.

그 결과, 멕시코는 3-0의 큰 점수차로 온두라스를 가볍게 누르면서 멕시코 전역을 축제의 한 마당으로 뒤바꿔 놓았다.

이날 멕시코의 상징이자 독립기념탑인 '천사의 탑' 주변 광장과 광장을 사이에 두고 멕시코시티를 동서로 관통하는 레포르마 대로는 승리에 도취한 시민들의 축하행진으로 마비됐다.

시내 전지역에서 삼색기를 꽂다못해 차체를 대형 국기로 뒤덮은 차량이 즐비했고, 시민들은 곳곳에서 축포를 터트리고 '비바 메히꼬'(멕시코 만세)를 외치며 밤늦게까지 환호했다.

온두라스와의 경기를 생중계하던 TV와 라디오 방송국의 전화 역시 이날 하루종일 불통이 되다시피했다. "전화를 통해 `국민의 기(氣)'를 보내겠다"는 극성 축구팬들의 전화로 방송사의 전화가 쉴 틈이 없었던 것이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과 각료들도 각각 2-1, 3-1 등의 스코어 맞추기 `내기'에 나설 정도로 월드컵 본선 진출의 고비에 선 멕시코팀의 마지막 경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멕시코의 한 저명작가는 "나는 축구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경기는 꼭 봐야 한다"고 말한 것도 멕시코인들의 월드컵 열기를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멕시코 TV방송사에서는 현재 2002 월드컵을 앞두고 간판급 스포츠 프로그램 진행자를 상대로 한 스카우트 열기가 한창이다.

시청률 경쟁을 의식한 것이기도 하지만 월드컵에 대한 축구팬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 방송사는 내년초부터 아예 한국에 TV스튜디오를 마련, 진행자를 장기간 파견해 한국에서 생중계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위이자 월드컵사상 최초로 대회를 두 번씩 개최한 북중미축구의 맹주 멕시코는 온 국민의 염원속에 `4강 진출'의 신화를 노리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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