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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하는 양곡정책“|안전·실리주의로 수출과 조절미 조기 방출이 화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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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단경기의 쌀수요를 충족키 위해 6만「톤」의 외미수입방침을 세우고 그 중 대만산방백미 3만「톤」을 9월 중 긴급 수입키로 했다.
지난 7월중순 이후 잇단 「쌀값파동」에 부닥쳐 정부가 곡가안정에 매우 부심하여 왔지만 6「톤」(42만석)의 쌀 대일수출이 선적을 끝낸지 불과 몇 달 안되었고 또 올해의 대풍을 맞아 10만「톤」(70만석)의 쌀수출을 외치고 있는 지금에 와서 황급하게 방출미 아닌 산업용으로 외미수입을 단행해야 했던 사실에는 여러 가지 납득할 수 없는 여운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 쌀값안정을 위해 도합 2백17만석의 정부관리 양곡을 확보, 그 중 정부 조절미로 작년보다. 28만석이 는 1백28만석을 가지고 연간 쌀값 상승폭을 10%(정부매수가격인 3천1백50원 대비)로 억제할 방침을 세웠다.
현재 정부조절미는 극소량일 뿐 아니라 산업용, 그밖의 관수용까지도 수요를 따를 수 없는 실정에 임박하게 되었다.
앞으로 서서히 햅쌀출회는 늘어간다는 실정을 고려하여 곡가조절미, 방출은 하지 않는다 해도 11월부터 실시될 정부매수가 실현될때까지의 산업용 및 관수용등 수요양곡을 메우기 위한 절박한 사정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사태를 유발케한 정부당국도 올해 양곡정책에 대한 실패를 솔직히 시인하면서 그 실패의 이유를 ①작년도 추곡수확량 추정이 정확하지 못했고 ②6만「톤」의 쌀수출이 너무 지나쳤으며 ③올들어 미국의 소맥재고가 적어 상반기의 잉농물(소맥)도입이 순조롭지 않아 상대적으로 쌀수요가 늘었고 ④소비자 비축이 전혀 없었다는 점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보다 직접적인 근인은 장 기획이 늘 자랑 삼아 내세우는 「물가지수」의 평형을 유지키 위한 일환으로 올해 정부미 방출을 전년도보다 한 가마 50원이 오히려 싼 3천3백50원에 책정하고 방출시기도 작년보다 두달 앞당긴 4월21일부터 조기 방출한 결과 막상 한고비인 8,9월에 와서는 정부미가 바닥을 엿보이게 되었다.
쌀수출- 다시 수입- 또 다시 수출 추진- 이러한 혼조가 불과 2,3개월의 간격을 두고 숨박꼭질하는 금번의 「양정난맥」에서 정부는 전혀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한 교훈이란 쌀값이 다른 물품과 같이 정부의 고압적인 억제 수단만으로는 될 수 없는 특질이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번 쌀수입이 안전실리주의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취해진 것 이라고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경험이 5백만불 이상의 귀중한 외화를 치르기엔 너무 비싼 것-.<장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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