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변한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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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누이가 방학을 이용하여 두 아이를 데리고 친정엘 왔다. 도시의 더위와 소음을 피하여 잠깐 쉬러 왔다고 한다. 그러나 돌이 갓 지난 꼬마가 울어대는 바람에 오히려 도시보다 더 시끄러운 여름을 보낼 것 같다. 지금은 의젓한 애 어머니인 누나지만 10년 전, 처녀시절의 누이와는 너무 변한 누이를 대하고 새삼 놀라움을 느낀다.
처녀시절의 누이는 내 친구들이 찾아와도 얼굴도 제대로 내밀지 못하던 수줍음덩이 누이였다. 약혼 후의 누나는 화장도 하고 옷도 곱게 입고 우리들 노는 방을 서슴지 않고 드나들던 약간 용감한(?) 누이로 되더니 지금의 누이는 옛날의 수줍음 부끄러움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대담무쌍한 여장부 누이가 됐다. 성질도 우락부락하고 무척 활동적일 뿐만 아니라 어린 것에 젖물린다고 가슴을 마구 풀어 헤칠 정도의 누이가 됐으니 말이다.
10년이란 세월이 엊그제처럼 느껴지지만 누이의 변한 모습을 보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 말을 입 속으로 뇌면서도 마음 한 구석 허전함을 어쩔 수 없다. 지금부터 10년 후, 20년 후면 어떤 누이로 친정을 찾을까? 꼬마들과 나란히 잠든 누이의 얼굴은 마냥 평화롭기만 하다. <백현·25세·경기도 파주군 아동면 금촌리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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