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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노화] 4.100세인의 공통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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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지난해 11월 말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2002년도 미국 노년학회장. 샬럿 치프먼 (100.여)등 초청된 4명의 백세인들이 연단 옆에 앉아 시종 깔깔거리고 있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연구팀 일원인 보스턴의대 신경과 마저리 실버 교수는 "백세인은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사고와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등 정신적인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밝혔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긍정적 사고가 장수의 1차 관건=실버 교수는 "백세인들은 통상 건강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진 흡연.운동.교육수준.사회적 지위 등 어느 항목에서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담배를 입에 대본 적이 없는 백세인이 있는가 하면, 50년 이상 하루 두 갑 이상 줄담배를 피우는 백세인도 있다.

또 학회에 참석한 루벤 랜도(99.남)처럼 하루 두 번씩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집안일 이외에 따로 운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지만 병 한 번 앓지 않고 1백2회째 생일(3월)을 기다리는 에로니안 같은 사람도 있다.

72세 된 아들과 합동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99세의 현직 변호사 루벤 랜도.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삶을 유쾌하게 느끼는 데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난 것 같다"는 게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하루 10시간 이상 책과 신문 보기를 즐기는 그지만 가장 기다리는 순간은 동료 변호사들과 카드놀이를 하는 매주 화요일 저녁이다. 아들 빌은 "아버지가 나는 물론 50~60대 동료들에게도 이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랜도는 40년간 계속된 심장약 복용과 아침.저녁 30분씩의 운동을 제외하곤 특별히 건강을 위해 신경을 써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59세 때 심장 발작으로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는 그는 백세인의 세 가지 형태 중 '질병 후 생존형'에 속한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복서였던 볼니 카바노(101.남)는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스타일이다. 1백세 생일 기념으로 10대들과 어울려 드라이브를 즐겼다고 자랑한다.

그는 "젊은 사람과 늘 교류하면서 젊은 세대의 생각과 마음을 따라가려고 노력해 왔다"는 점을 건강장수 비결로 꼽는다. 아직 한 번도 병원 신세를 지지 않아 '질병 회피형'에 속한다.

매주 요가반에 꼭 참석하는 1백세의 샬럿 치프먼은 10년 전부터 골다공증과 고혈압을 앓고 있어 '질병 지연(遲延)형'에 속한다. 그녀의 취미는 일가친척의 생일마다 빠짐없이 카드에 긴 글을 써서 보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스스로 늙었다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는 그녀는 "사람은 긍정적인 사고를 통해 어려운 순간도 잘 헤쳐갈 수 있게끔 강인하게 만들어진 창조물"이라고 강조한다.

◇체중.혈압 관리가 2차 관건=백세인들은 장수 가족의 일원이다. 형제.자매 중에 백세인이 있다면 백세인 대열에 낄 확률이 남자는 보통 사람의 17배, 여자는 8배나 된다. 이를 토대로 백세인 자녀에 대한 분석이 뉴 잉글랜드 백세인 연구팀에 의해 시행됐다.

이들은 백세인 자녀 1백77명과 부모가 백세인과 동일한 시대인 1900년대에 태어나 70세 전후의 평균수명을 살다간 보통 사람들의 자녀 1백66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약물 복용 정도.생활 습관.혈압 등 여러 건강지표를 비교했다.

결과는 백세인 자녀의 질병 위험도가 보통사람의 자녀에 비해 고혈압은 66%, 심장병은 56%, 당뇨병은 56%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몸무게도 백세인들의 딸은 평균 66.3㎏, 아들은 83.9㎏로 정상 체중을 웃도는 사람이 31%였지만 보통사람 자녀의 평균 몸무게는 딸이 71.9㎏, 아들이 91.7㎏으로 52%가 과체중이나 비만이었다.

보스턴의대 토머스 펄 교수는 "지방은 당뇨병.심장병 등과 관련될 뿐 아니라 염증반응에 관여하는 CRP란 단백질을 생산하기 때문에 각종 염증성 질병에 불리한 영향을 미친다"고 비만의 위험성을 설명한다.

반면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암을 비롯해 골다공증.백내장.녹내장.부정맥.뇌졸중.치매 등의 질병은 두 그룹 간 차이가 없었다.

이 연구를 주관한 라라 테리 박사는 "백세인 반열에 끼려면 정상체중과 정상혈압을 유지하면서 심장병.당뇨병 없이 사는 게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보통 사람들도 이 결과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보스턴=황세희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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