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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중국 경제 대장정] 30. 시리즈를 마치며-취재기자 방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경제의 실체를 벗겨보려는 본지 경제기자들의 대장정이 '일단' 막을 내렸다. 경제는 끊임없이 살아움직이며 변화해가므로 연 66일간 취재하고 덮을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취재팀은 '일단'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두기로 했다.

취재팀은 중국대륙 동서남북의 30여개 도시로 흩어져 중국경제의 경쟁력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중국경제는 과연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우리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뒀다.

대륙발 경제뉴스 취재를 '일단' 마무리지은 취재팀이 한데 모여 그동안의 경험과 소감을 주고받았다.

▶이정재=그동안 한국언론으로서는 유례없이 많은 도시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를 했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한.중.일 3국의 거시적인 국제경제의 틀 속에서 중국경제를 조명하려고 시도한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봅니다.

▶양선희=언론보도에 대한 불만을 의외로 많이 들었습니다. 현지 한국기업인들은 "또하나의 중국환상을 그려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동안의 보도가 중국경제를 장밋빛으로만 그려놓은데 대한 거부감이라고 느꼈습니다.

▶정경민=지난해말 이후 언론이 중국경제의 발전상을 너무 과대하게 포장한 면이 있습니다. 그때는 중국의 발전상이 국내에 너무 알려지지 않아 단번에 충격을 준다는 점에선 과대포장도 일정한 기능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남윤호=이번 취재는 중국경제에 대한 시각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는데 큰 목적을 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낙관하거나 비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차분히 보자는 것이지요. 일본에서도 언론이 너무 흥분한다는 비판이 많아요.

▶이=그동안의 취재에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우선 공무원들은 판에 박은 선전문구만 나열하는데 그쳐 실상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오히려 가로막은 면도 있습니다.

▶양=가장 어려웠던 점은 부정확한 통계였습니다. 예를 들면 광저우(廣州)시가 2000년 외자이용액으로 잡은 총액은 29억달러였는데 세분류돼있는 항목을 모두 더해보니 34억달러가 넘기도 했습니다.

▶정=외형과 속내가 영 딴판이라는 것도 중국을 관찰할 때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겉은 최첨단이지만 속은 여전히 종래의 중국식인 것이 많다는 것이지요. 쿤밍(昆明)의 석림(石林)은 중국서도 알아주는 관광지인데 선물 가게촌의 화장실엔 문이 없습니다.

▶남=화장실이 마치 중국의 후진성의 상징으로 돼있는데 거기에도 하늘과 땅이 있습니다. 칭화(淸華)대 캠퍼스 화장실에는 좌변기에 센서가 달려 자동적으로 물이 내려가도록 돼있는 곳이 있습니다.

반면 칭다오(靑島) 라오샨(山+勞山)의 케이블카는 날렵한 프랑스제인데 화장실은 외국인 관광객이 기겁을 하고 나오지요. 그만큼 중국은 어느 분야에서나 엄청난 격차와 다양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양=중국경제를 관찰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은 엄연히 사회주의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상하이(上海)의 마천루와 베이징(北京)의 번화가만 보면 중국이 공산당 일당지배 체제라는 점을 쉽게 잊어버리고 맙니다.

▶정=바로 그런 체제의 특성이 경제를 띄우는 초기단계에서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작용한 것이지요.

▶이=일정한 단계에 오르면 그런 체제가 오히려 효율을 가로막는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예컨대 법규는 사회주의식으로 무척 엄격합니다. 반면 현실은 영 동떨어져 있지요. 그 사이에서 부패가 자라날 소지가 있습니다.

▶양=지역주의도 매우 강합니다.취재과정에서도 한쪽에선 칙사 대접을 받았지만 또다른 쪽에선 오지도 말라고 했습니다.

▶정=예컨대 베이징 기업과 상하이 기업이 소송을 벌이면 재판이 어디서 열리느냐에 따라 결과를 대충 알 수 있습니다. 관할지역 기업이 거의 1백% 승소한다고 합니다.

▶남=칭다오에서 만난 한국기업인은 계약, 물건인도, 대금인수를 모두 자기 사무실에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소송이라도 일어나면 칭다오 재판소에서 붙어야 그나마 외국기업으로서 승산이 있다는 것이지요.

▶이=역시 중국경제는 일반화해서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정확을 기하려면 '언제,중국의 어디에서, 무엇을 봤다'고 말해야지 자기가 본 것만으로 "중국은…"이라고 하면 곤란할 정도지요. 이제는 중국총론보다 지역별 각론으로 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양=조선족을 보는 시각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 동포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말 잘하는 중국내 소수민족임을 전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정=우리가 자꾸 같은 민족이라고 떠들면 중국내에서도 따돌림 당하고 우리 내부에서도 차별받기 쉽습니다.

▶남=활용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유용한 해외 인적자원인데도 방치하거나 심지어는 우리가 그들로부터 배척당할 위험도 있는 상황입니다.

▶이=중국을 돌아보면서 새삼 되씹어본 것은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중국의 발전에 그저 놀라고만 있을 것인지, 중국으로의 산업이전이 만병통치약인지 곰곰히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정=우리가 빨리 변해야 합니다.아무리 해봐도 못 당하겠다고 판단되는 산업은 과감히 중국에게 넘겨주고 우리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야 합니다.

▶남=국가차원에서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짜야 할 때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중국을 활용하기는 커녕 자꾸 무역마찰만 일어납니다. 중국이 추격해오는 속도도 빠르지만 반보 앞서겠다는 각오로 첨단을 개척하는 자세가 있어야지요.

▶이=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상 앞으로는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경제의 역동성은 그야말로 역동적인 취재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으로 봅니다.

특히 사회주의라는 정치체제와 자유경제의 시장원리가 과연 조화를 이룰 것인지, 상호모순이 계속 쌓여만 갈 것인지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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