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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총리·장관 후보자, ‘7인회’가 연결했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10호 08면

“한국 사회에서는 3.6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이다.”
중앙일보가 2004년 1월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한국 사회의 연결망(네트워크)을 조사해 도출한 결과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도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세 사람 또는 네 사람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뜻이다.

박근혜의 사람들, 인연 추적해 보니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9명은 몇 다리를 건너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의원으로 있다 2005년 박 당선인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원조 친박’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박 당선인과의 인연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이다. 박 당선인 특유의 비밀주의 탓에 이들 스스로도 박 당선인과의 인연에 대해선 쉬쉬하고 있다. 이에 중앙SUNDAY는 그 연결고리를 추적해봤다.

그 결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 상당수가 ‘7인회’로 알려진 박 당선인의 오랜 자문그룹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 참조>. 7인회는 좌장 격인 김용환(81) 새누리당 상임고문을 비롯해 안병훈(75) 기파랑 대표, 김기춘(74) 전 법무부 장관, 최병렬(75) 전 한나라당 대표, 김용갑(77) 전 의원, 현경대(74) 전 의원, 강창희(67) 국회의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007년 대선 경선 당시에도 박 당선인을 도왔고, 경선이 이명박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에도 두 달에 한 번 가량 모였다. 모임의 공식 명칭은 없지만 2009년부터 박근혜계 내부와 야권에서 이들을 ‘7인회’로 부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부분 박정희 정부 시절 공직에 있었거나 박 전 대통령과 개인적인 인연을 가진 인사들이다. 서로 간에는 학맥으로 연결돼 있다. 서울대 법대(김용환·김기춘·최병렬·안병훈), 육사(김용갑·강창희) 등이다. 출신 고교는 전국 명문고를 망라한다. 김용환 고문은 공주고, 안병훈 대표는 서울고, 김기춘 전 장관은 경남고, 최병렬 전 대표는 부산고, 강창희 의장은 대전고 출신이다.

김기춘·안병훈, 후보자 추천설 부인
최근 관가의 주목을 받는 게 김기춘 전 장관의 인맥이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내정된 배후엔 김 전 장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김 전 장관(경남고 졸업)은 경남중을 졸업한 정홍원 후보자와 같은 동문회로 연결된다.

황교안 후보자는 같은 성균관대 법대 출신인 정홍원 후보자가 추천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김기춘 전 장관도 같은 공안통인 황 후보자를 추천했을 것이란 소문이 법조계에 파다하다. 김 전 장관은 서울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1974년 광복절에 육영수 여사를 저격, 살해한 문세광으로부터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정홍원·황교안 후보자를 추천했는지에 대해 “천만의 말씀이다. 같이 일했고, 훌륭한 분들이지만 내가 추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진태 대검차장, 채동욱 서울고검장, 소병철 대구고검장 등에 대해서도 “검찰이나 법무부에 함께 있었으니 알긴 하지만 내가 추천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기춘 라인’처럼 수면 위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안병훈 대표의 서울고 인맥도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청와대 출입기자였고, 조선일보 부사장을 지낸 안 대표는 서울고 9회다. 국무총리로 지명됐다 사퇴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서울고 8회여서 박 당선인이 김 위원장을 발탁한 과정에 안 대표가 관여돼 있다는 말이 나돈다. 유진룡 장관 후보자도 서울고 출신(27회)이다. 안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유 후보자를 추천했는지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잘 아는 사람이긴 하다. 제 이름을 넣은 ‘안사모’(안병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란 모임에 유 후보자가 자주 나와 몇 달에 한 번씩 만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앞서 김용준 위원장을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친분은 있지만 제가 추천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장관급 후보자들 중엔 육사 출신도 3명이나 된다.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내정자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육사 28기 동기로 육사 27기인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이끌던 국가안보추진단 위원으로 활동해 ‘김장수 라인’으로 분류된다. 김장수 내정자와 박 당선인의 인연엔 김 내정자의 육사 2년 선배인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이후 남재준 전 총장이 박근혜 캠프에서 안보문제를 자문해 오다 2007년 경선 당시 육사 후배인 김 내정자의 합류를 권고했다는 것이다. 남재준 전 총장이 박 당선인과 인연을 맺는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남 전 총장은 7인회 멤버인 강창희 국회의장과 육사 25기 동기다. 본지는 이에 대해 강 국회의장 등에게 확인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른 후보자들도 박 당선인의 최측근인 최외출 영남대 교수 등이 연결고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대통령직인수위 교육과학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곽병선 전 경인여대 총장의 추천으로 낙점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곽 간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신의 추천설에 대해 “사실 무근은 아니다”고 인정했다. 곽 간사와 박 당선인이 만나는 데는 최외출 교수가 관여했다고 한다. 98년 박 당선인은 교육 정책을 묻기 위해 한국교육개발원을 찾아 곽 간사를 만났는데 당시 방문이 최 교수를 통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곽 간사는 “당시 누군가 주선을 해서 박 당선인이 찾아온 건 맞는데 그게 최 교수인지는 하도 오래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최 교수는 새마을 장학생 1기로 영남대에 입학했고, 박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막후에서 도우면서 외부 인사 영입 메신저 역할을 해왔다. 본지는 최 교수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막후 실세 없이 공식 조직 작동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박 당선인의 모교인 서강대에서 국제대학원 초빙교수(2009년 3월 이후)를 지내면서 박 당선인을 만났다. 윤 후보자와 박 당선인의 만남에는 서강대 교수를 지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이 다리를 놔줬다는 설이 있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국가미래연구원을 만들 때(2010년 12월)에야 윤 후보자를 알았다”며 “윤 후보자가 서강대 초빙교수가 된 것도 그의 외무고시 선배인 유종하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추천했기 때문으로 안다”고 부인했다.

정치권에선 7인회와 최외출 교수 외에도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와 동생 박지만씨가 박 당선인의 각종 인선과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삼성동팀’ ‘마포팀’이라 불리는 비선(秘線) 조직도 있다. ‘삼성동팀’은 최근 인사 검증을 박 당선인이 사는 삼성동과 가까운 곳에서 활동하는 이 팀이 맡고 있다는 설이 돌면서 입소문을 탔다. 박 당선인을 15년 동안 보좌해온 이재만 전 보좌관,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이 이 팀에서 활동 중이란 것이다. ‘마포팀’은 지난해 대선에선 백기승 공보위원 등 공보라인 인사들로 구성돼 박 당선인의 유세 일정과 동선을 짰다. 이 팀에서 활동했던 L 전 보좌관은 박 당선인 비서실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들 비선조직에 대해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공적 조직을 무력화시키고, 호가호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L 전 보좌관은 2011년 대구테크노파크(TP)로부터 태국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비선 조직에 의존하면 반드시 실패한다”며 “김영삼 전 대통령 때도 비선 조직을 아들 김현철씨가 맡았다가 아버지에게 큰 부담을 지웠다”고 지적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도 “비선 조직이 움직여서 나온 인선은 잘못될 경우 그 책임을 대통령이 다 지게 된다”며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그런 (비선) 정치를 했을 때는 수십 년 전이고 박 당선인이 열겠다는 정부 3.0은 ‘공개공유협력’이 기본 정신인 만큼 비선 조직과 막후 실세 없이 공적 조직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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