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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도없는「극악」의 수법|「마포서독직사건」의 목격자는 말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 마포경찰서 일부 형사들의 독직사건은 수사비염출을 둘러싼 경찰의 어설픈 수법을 또 한번 드러냈다.
15세소년에서 환갑이 넘는 노인네까지 모두 28명의 죄없는 시민에게 쇠고랑을 채워 20만원을 갈취했던 이번 사건은 무지막지하기 비할데 없는 것이었다.
사건은 지난7일 상오2시께 우영철 (33) 형사주임과 10여명의 형사들이 수사비염출을 위해 서대문구 합동5동에 있는 권수일 (54)씨 집을 덮친데서 비롯됐다.
『전보요!』하는 소리도 함께 들이닥친 이들은 대문을 열고나오는 권씨에게 다짜그짜로 수갑을 채우고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권씨집에 묵으면서 행상을 하던 꾜명이 잠자다가 영문드 모른채 쇠고랑을 찼다. 경찰은 수갑이 모자라자 포승으로 묶었다. 그래도 부족하자 집안에 걸린 바지를 찟어묶었다. 온동네가 벌컥 뒤집혔다. 시골서 꿀을 갖고 올라와 팔고 내려가면서 잡화를 사다팔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형사들은 미리 대기시켰던「드리쿼터」로 이들을 모두 마포서 형사실로 실어갔다. 차가 비좁아 세차례나 왕복했다.
그 동안 우주임은 「러닝샤쓰」바람으로 직접 자동차를 운전했다. 무슨 영문인줄도 모른채 끌려간 이들이 사시나무떨듯 움츠려 있을 때 우주임과 형사2명이 의미있는 말씨로 『아무말 말고, 한사람앞에 2만원씩 내라』고했다. 『뭣때문에 돈을 내느냐』고 권씨가 항변했다. 그러자 형사한명이 권씨의 어깨를 치며 『이바보들아, 안내면 징역산다』고 위협했다.
한쪽으로 딴 형사들은 권씨집으로 전화를 했다. 단 한사람 집보라고 남긴 권씨부인 최재열씨에재 공갈을 쳤다. 『지금 당강 30만원을 갖고 오라. 그렇지않으면 무기징역살이 보내겠다』고했다. 최여인은 오밤중부터 온동네를 울며불며 찾아다녀 20만원을 구했다. 『집을 팔아서라도 갚겠다』고 사정하면서 돈을 꾼 최여인이 형사들이 지경한 마포서옆 「샘터」 다방에 갔을 때 정두형형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가 7일하오2시30분께. 붙잡혀간 사람들은 이미 마포서에서 떨어진 딴 곳에 철야감금 중이었던 것이다. 돈과 교환되어 풀려나온 이들은 비로소 그들이 엉터리 화장품을 갖다 판 죄라는 호통을 듣게 되었다. 우주임은 권씨집만 습격한것이 아니었다.
같은 날 충무로4가에 있는 청환제약 주식회사공장을 습격, 대표 이임수씨의 부인에게 2O만원을 내라면서 경리장부, 화장품등 제품을 압수했다. 압수수색영장의 제시조차없이-.『국산품에 외국제「레테르」를 붙여 팔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우주임은 정보원이모로부터 국산품에 미제상포를 붙여파는 공장주와 행상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이의 수사를 핑계로 이른바 「수사비」를 뜯으려했던 것이다.
행방을 감춘 우주임은 끝까지 여간 아니었다. 검찰에서 수사가 진행중인 17일밤 5명의 형사로 하여금 두 차례에 걸쳐 권씨집을 찾아가 『당신도 증회죄로 감옥가니 내일 진술때 돈을 안줬다고 말하라』고 위협했다는것.
5혁명당시 공수단소속 육군대위였던 우주임은 말썽많은 인물로 통했다. 형사주임이된지 불과 한달. 『세상이 놀랄 큰사건을 해결할테니 두고보라』고 장담했던 그의 큰소리는 경찰의 위신을 떨어뜨린 엉뚱한 파문을 일으킨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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