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서 나온 짜장, 알고보니 한 달 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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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경북지역의 한 어린이집은 유통기한이 5일 지난 요구르트를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현장 점검을 나온 공무원에게 적발됐다. 당시 아이들이 요구르트를 마시고 있지는 않았다. 어린이집 측은 날짜가 지난 요구르트를 미처 버리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도 아닌 5일이 지난 요구르트를 폐기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는 것은 유통기한이 지난 요구르트가 간식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단속 공무원은 판단했다.

 영·유아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나거나 싸구려 음식을 먹이는 등 부실한 급식을 해 온 어린이집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11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전국 800곳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급·간식 실태를 점검한 결과 134곳이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정부가 정한 표준 보육비용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영·유아 1인당 하루 최소 1745원 이상의 급·간식비를 지출해야 한다. 하지만 35곳의 어린이집이 원가를 줄이기 위해 이런 최소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 영·유아 31명을 돌보는 대전시 서구 한 어린이집은 지난 1년간 1인당 하루 600원 수준의 급·간식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시 서구청 관계자는 “문제의 어린이집 원장은 ‘회계 지식이 부족해 식재료 구입 내용을 장부에 기록하지 않았을 뿐 아이들에게는 제대로 음식을 제공했다’고 변명했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아이들에게 먹여 온 어린이집도 48곳이나 됐다. 심지어 유통기한이 한 달이나 지난 짜장소스로 만든 음식을 제공하거나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냉동 돈가스를 보관하다 적발된 곳도 있었다. 원생이 100명을 넘을 경우 영양사와 간호사를 둬야 하는 기준을 지키지 않은 어린이집도 36곳이었다. 15개 어린이집은 원산지 표기를 하지 않은 식재료를 보관하거나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는 기타 위반사례로 적발됐다.

 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적발된 어린이집을 통보하고 행정처분하도록 했다. 복지부 한창언 보육기반과장은 “어린이집 급식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앞으로 계도와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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