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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범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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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일본의 국회의원(대의사)이 공갈·사기혐의로 피체되었다. 그 이름은「마치·펌프」라는 별명이 붙은 전중창치-. 정계·재계 뿐 아니라 거느린 처들만 10명, 거기에 딸린 자식만도 20명이었다니 과연「바쁘신 몸」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경제인의 약점을 등쳐 갈취한 금액만도 자그마치 2억원이 넘지만, 동경지검에선 20여건의 여죄가 더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물론 이 많은 돈을 긁어내자면 도저히 필부의 잔꾀로는 되지 않는 법. 중의원 결산위원이라는 권력이 있었기에 비로소 가능했던 일이다.「결산위원회는 국가의 예산이 쓰여진 결과나 국유재산의 관리를 심의할 권한이 있기 때문에, 관계관청의 서류를 조사할 수도 있고 관계인을 국회에 환문 할 수도 있는」소위「국물이 많은 자리」였다.「마치·펌프」라는 별명이 붙어 있듯이, 그는 언제나 재계의 부정을 먼저 냄새맡고 거기에 불을 지른 다음 적당할 때 자기가 댕긴 그 불을「펌프」로 꺼버렸다. 그럴 때마다 아방궁 같은 자기 소실들에게 비취반지나 악어「백」을 선물할 수 있는 자금이 굴러들어 왔던 것은 능히 추측할 만한 일이다.
그것은 권력을 이용하여 병을 주고 약을 주는「마치·펌프」식 치부의 방법이었다. 일본에서는 한때 국회를「범법자의 단체」라고 규탄한 의혈청년의 글이「센세이션」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국회의원에 당선하려면 누구나 한두 가지씩은 범법하기 마련인데, 그런 범법자들이 모여「법」을 제정하고 심의한다는게 도시「난센스」라는 이야기다.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고나 할까? 어쨌든 남의 집일에 깊이 용훼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전중」의 사건은 결코 국외의「스캔들」로만 웃어넘길 것이 못된다. 권력에 앉아 있는 자들에겐 하나의 경종이 될 것이다.「마치·펌프」식 치부는 결코「전중」만의 특허물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한 사기나 강도들은 알고도 잡을 수 없다는데 이중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이번「전중」사건의 수사만 하더라도 오래 전부터 의혹을 받아왔던 것이고 지금도 동경지검에서는 신중하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힘이 드는 일」이었다고 한다.「전중」사건의 기사를 읽고 혹시 얼굴이 붉어진 사람이 우리 주변엔 없었는지 한번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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