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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열풍 내년에도 계속될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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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대중문화의 열기가 휘몰아친 '한류(韓流)열풍'의 해로 기억될 만하다.

90년대 중반 이후 중화권 국가에서 조금씩 인기를 얻어가던 한국의 대중문화는 각종 드라마 및 가수들의 인기에 힘입어 올해 그 `꽃'을 피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탤런트 안재욱, 차인표, 송혜교, 송승헌, 채림 등이 출연한 '가을동화', '별은 내가슴에','불꽃', '이브의 모든 것'등의 드라마가 중국, 대만 등지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그 덕택에 이들 탤런트는 현지 언론에서도 주목받는 인기 스타가 됐고, 베이비복스, NRG 등의 가수들도 중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아시아권에 불고있는 한류열풍을 주도했다.

가수로도 활동하는 안재욱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가수로서도 동아시아권에서 큰 인기를 모아 동아시아의 스타로 자리잡았다.

동아시아권에 불어닥친 한류열풍에 힙입어 우리 드라마의 수출액도 크게 늘어났다. 90년대 중후반까지 200만불을 넘기 힘들었던 우리 드라마의 수출액은 지난 2000년말 1천300만불까지 치솟았으며, 올해는 적어도 1천800만불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관측되고 있다.

차인표, 채림 등의 한류스타들을 보기 위해 내한하는 동아시아의 팬들도 올해 부쩍 늘어나 이를 이용한 관광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한류열풍에 고무된 정부는 지난 8월말 중국의 주요도시에 '한류체험관'을 세우고, 아시아문화교류협의회를 구성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한류문화산업 육성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거세게 불어닥친 한류열풍이 내년에도 계속될 수 있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외부환경을 이유로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중국의 경기가 한국에서 치러지게 됨에 따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친밀감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동아시아 지역에서 계속 위세를 떨칠지몰라도 현재와 같은 대중문화 제작시스템에서는 한류열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대중문화 상품이 대부분 내수용으로 제작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단적인 예로 TV 드라마의 경우 지상파방송 3사에서 안정된 독과점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만들어지고 있어, 국제시장을 겨냥한 경쟁력있는 상품이 나오기 힘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들 드라마는 모두 국내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지상목표'이기 때문에 보다 큰 시장을 염두에 둔 국제기준의 작품이 만들어질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아직도 각 방송사들은 드라마 수출을 통해 얻는 수익을 부수적인 수입 정도로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중국을 문화상품의 거대한 시장이라고 여기면서도 중국의 수입쿼터 기준에 맞는 20부작짜리 미니시리즈를 잘 만들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인식에서비롯된다.

최근 동아시아권에서 얻고있는 인기는 문화적인 동질감, 반미, 반일 감정의 틈새 공략 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이 곧 한국드라마의 비슷비슷한갈등구조와 캐릭터에 식상감을 느끼게 되면, 한류열풍은 금세 식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한류열풍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상품제작시스템이 국제기준에 맞게 바뀌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는 곧 할리우드에 맞서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질 높은 문화상품을 내놓아야만동아시아권에서 우리 대중문화의 우위를 지켜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박재복 MBC 프로덕션 영상사업 2부장은 "최근의 급작스러운 한류열풍에 취해,제작일선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런 선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류는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게 될 것"이라며 "드라마의 경우, 중화권에서 인기있는 연기자를 키우고, 연출자 및 극작가들의 저변을 확대하며, 제작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 최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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