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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경자청 자리 놓고 ‘밥그릇 싸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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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이 출범도 하기 전에 삐걱거리고 있다. 충북도와 충주시, 청원군 등 경제자유구역청에 직접 관련된 자치단체가 조직·정원 문제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가 최근 ‘조직과 정원은 충북도에 두는 행정기구이고 정원 역시 충북도지방공무원 정원으로 하도록 돼 있다’며 공식 입장을 발표했지만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27조에 ‘경제자유구역의 주체인 시·도지사는 전담 행정기구를 설치하고 소속 공무원을 둘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를 들며 충주·청원의 정원 배분 주장을 일축했다. 경제자유구역청이 도(道) 산하 조직이고 늘어나는 정원 역시 충북도 몫인 만큼 시·군에서 관여할 부분이 아니라는 얘기다. 충북도는 지난 4일 출장소 형태의 경제자유구역청을 신설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정원을 승인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요청했다. 4월 출범 예정인 경제자유구역청의 조직은 1급(청장) 1명, 3급(부이사관) 본부장 2명, 4급(서기관) 부장 6명, 5급(사무관) 팀장 16명 등 80여 명으로 이뤄진다.

 충북도 이성수 자치행정과장은 “조직·정원이 승인된 이후라도 총 정원 범위 안에서 단계별 운영 방식이 될지 등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인천과 경기·충남 등 대부분의 경제자유구역청이 관련 법령과 규정에 따라 광역단체 산하기구로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충북도가 경제자유구역청 조직을 자체 직원으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충주와 청원의 반발이 거세다. 경제자유구역청 유치가 충북도만의 성과처럼 발표한 것도 모자라 자리까지 독식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충주시 공무원 노조는 “(유치를 위해) 같이 노력했으면 성과 역시 나눠 갖는 게 당연하다”며 “지역 안배 차원에서 우리에게도 인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원군 공무원 노조도 “경제자유구역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도와 시·군 직원의 노력도 필요하다”며 “자신의 입맛대로 조직을 결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두 시·군 공무원 노조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의 움직임에 따라 실력 행사도 불사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경제구역청 유치전도 가열되고 있다. 충주시가 지역 균형 발전 논리를 앞세워 경제자유구역청을 충주에 설치해야 한다며 7일 각계 인사 148명이 참여한 대규모 유치추진위원회를 발족했다. 반면 충북도는 조직과 정원 문제를 결정된 뒤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경제자유구역청 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교통대 이호식 교수는 “경제자유구역청의 위치는 개발 수요나 성장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며 “입주자들의 편의를 제공하고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이라는 차원에서도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일 충북과 동해안 2개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공식 지정했다. 충북 경제자유구역은 청원·충주 일원 9.08㎢로 1조9942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며 4조2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와 1조6000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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