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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밀양의 두 교사가 「상놈의 아들]이라고 해서 뭇매를 맞고, 공포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거짓말 같은 얘기가 어제 본 보에 실렸다. 중요한 사회를 향해서 멋있게 도약하고 있다는 소문에 냉수를 끼얹는 일.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할 사회개화 5개년 계획이 서둘러 입안됨직하다.
문제의 두 교사중의 하나인 장교사의 자당이 푸줏간을 경영한대서 상놈의 아들이라는 단죄를 받았다는데, 푸줏간이 아니라 백정의 자손이라고 쳐도 천하에 부끄러울 것이 없다. 백정을 천시하는 풍습이 고래로 있었고 아직도 그 폐습이 남아 있는 곳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법제상으로는 1320년에 백정은 천인으로부터 나라인구의 절대마수인 상인의 동류로 재분류 된 기록이 있다. 그후 갑오경장이 있었고 헌법도 생겼다. 오늘에 와서 남을 가리켜 「상놈의 아들」이니 뭐니 하면서 폭력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무서운 역도약이다.
이번 사건은 고서에 제정신을 잃은 부락 청년들의 일시적 발작이겠고, 가령 인도의 「카스트·시스팀」까지 들먹일 것은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상놈의 아들」이라는 생각을 극단까지 밀고가면 필경은「카스트·시스팀」꼴이 되고 만다. 인도의 소위 부가촉족은 양반인 「브라만」 에게 가까이 갈수있는 정도에 의해서 다시 여러 층으로 나뉜다. 어떤 족은 2, 3척까지 다가 설 수 있고, 야쟈열매에서 물을 빼는 것을 직으로 하는 촉속은 36보, 또 딴 쪽은 92보 떨어져서 살아야한다.
그 이상 가까이 가면 양반의 귀하신 몸이 천기에 오염된다는 것. 천자중의 천자는 부가촉족의 옷을 빨아먹고 사는 촉속 인데, 그들은 숫제 부가현족이라해서, 박쥐와 갈은 밤 짐승의 처지를 감수해야 한다.
우리의 신분제도는 그런 정도에 이른 적은 없었고, 또 무슨 종교와 얽힌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도 이젠 사실상 사라진 전설인줄로 알고있었는데, 난데없는 밀양고을 사건은 무슨 낮도깨비냐. 남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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