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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는 高4" 대입학원 북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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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올해 입시에서 실패해 재수를 결심한 서울 S고 3학년 尹모(19)군은 18,19일 이틀 동안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 D학원에 등록하기 위해 학원 등에서 노숙해야 했다.

이 학원이 20일 오전 재수생 주간 종합반(4백명)접수를 선착순으로 받기로 하자 이틀 전부터 줄서기를 한 것이다.

18일 밤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자 학원 측이 제공한 지하 자습실에서 밤을 샜고, 19일 밤엔 어머니(46)의 도움을 받아 승용차 안에서 새우잠을 자 20일 간신히 등록을 마쳤다.

尹군은 "그래도 접수를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기뻐했다. 이 학원의 등록을 위해 밤샘 줄서기를 한 학생들과 학부모는 6백명을 넘을 정도로 성황이었다.

사정은 강남구 삼성동 J학원도 마찬가지였다. 20일 오전 5시30분쯤 이 학원 경비원이 정문 셔터를 올리자마자 대기 중이던 학생 2백여명이 학원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어 1시간여 만에 접수 대기표 8백장이 바닥났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올해 수능성적 상위 5% 정도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는데도 재수생들이 크게 몰렸다"고 반색했다.

200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주요 대입학원의 접수창구가 원서접수 초기부터 북새통을 이루는 등 일찌감치 재수 열풍이 불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2002학년도에 이어 이번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재수생의 점수가 재학생을 압도한 데 따른 것으로 입시기관들은 설명하고 있다.

99학년도 수능시험에서 2.9점에 불과했던 재수생의 재학생 우위 현상이 2002학년도에서 29.6(인문계)~41.4점(자연계)으로 크게 벌어진 데 이어 2003학년도에서는 24.8(인문계)~46.5점(자연계)으로 확대된 것이다.

김정명신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은 "입시만 보면 학교보다 학원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수험생들 사이에 만연하는 바람에 재수가 '고(高)4' 과정인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막대한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수능 위주의 선발 체제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고3학생이 응시하는 2004학년도 대학입시까지는 현행 수능 체제가 유지되는 반면 2005학년도부터는 수능 체제가 크게 바뀌어 재수가 힘들어지는 것도 수험생들이 '한번 더'를 선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실장은 "정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끝나는 이달 말 이후엔 학원가로 몰려드는 재수 희망자들이 더 많을 것으로 보여 재수 열풍은 더욱 가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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