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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지배인을 찾아서] 부산 롯데호텔 이승순 이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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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롯데호텔 식음료·조리담당 지배인 이승순(李昇純 ·60)이사는 지난달 30일과 1일 월드컵 조추첨 장에서 제프 블래터 FIFA 회장과 부산시장이 마련한 만찬과 리셉션 연예행사를 총지휘했다.

그는 인삼 ·감 ·호박 등 한국 토속 재료로 장만한 다양한 음식을 내놓아 세계 축구인과 취재기자 등으로부터 “원더풀”을 연발하도록 만들었다.

만찬행사에는 롯데호텔 직원 7백40명,운반차량 50대가 동원되는 등 군사작전을 방불하는 초대형 출장 행사였지만 그는 “식은 죽 먹기였다”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행사도 숱하게 치렀기 때문이다.

그는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10년간 전속 웨이터를 맡았다.극동호텔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근무할 당시 朴 전 대통령이 참석한 만찬장에서는 대통령의 식사와 술은 반드시 그가 챙겼다.

그는 朴 전 대통령을 “구수한 시골 아저씨 같았다”고 회고했다.음식은 웨이터가 주는 대로 맛있게 먹었고 남기는 법이 없었다.주로 밥과 된장국 ·생선구이 ·김 ·김치를 즐겼다고 한다.

그는 최규하(崔圭夏)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사 때도 서비스 지원을 나갔다.

그는 화려한 경력과 빈틈없는 서비스 자세 때문에 호텔 업계에서 ‘서비스 대통령’‘웨이터 대부’로 통한다.

그러나 李 이사의 출발은 밑바닥부터였다.1966년 서울 스타더스트관광호텔에서 프런트 데스크로 출발했다.67년 부산 극동호텔로 옮겨 보조웨이터로 접시닦이 등 기초를 쌓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 웨이터 군기가 군대보다 셌다”며 “수시로 단체기합 ·개인기합을 받았고 따귀는 선배에 맡기고 살았다”고 말했다.

70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로 옮긴 뒤 본격적인 선진 웨이터 수업을 받았다.독일 ·이탈리아 전문가들로부터 일류 서빙기술 ·주류지식을 접할 수 있었다.

그는 배운 기술을 답습하지 않고 새로운 표준을 창출해나갔다.접시는 어떻게 잡고 걸음걸이는 어떻게 해야 안정감이 있고 맵시 있는 지를 계속 연구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그의 자세 ·태도 ·말투 ·대화 기술 등은 웨이터의 표준이 됐다.

일할 때는 ‘바늘 끝처럼 하라’는 것이 그의 신조다.꼼꼼하고 예리하게 일을 하지 않으면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 대충해서는 감동을 주는 일류 서비스가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는 “손님이 편안하고 기분 좋을 때 서비스가 잘된 것”이라며 “호텔에서 식사하는 손님에게 얼굴이 떠 오르는 웨이터가 진정한 웨이터”라고 말했다.

李 이사는 힘들게 익힌 기술을 후배에게 아낌없이 전수했다.그에게서 배운 웨이터 1천여 명이 국내 ·외 호텔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제대로 된 웨이터 하나 배출하려면 10년은 걸린다”며 “교양 ·서빙기술 ·외국어 등이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산의 호텔들도 아직 서비스 ·시설 ·음식의 질이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있다.하루 6만∼7만원에 기분 좋게 묵고 갈 수 있는 호텔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그는 또 “부산 사람들은 대체로 목소리가 커 일행 끼리 즐겁게 나누는 얘기가 다툼으로 비칠 때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손님을 접대하는 웨이터를 천직으로 여겼다.

내 것도 아닌 음식을 손님에게 인심 쓰는 것 같고 손님들이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합창 ·마라톤 ·사이클 등에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호텔을 멋지게 경영해 보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정용백 기자 chungyb@joongang.co.kr>

*** 이승순씨는

▶1961년 부산상고 졸업
▶63년 부산대 상대 2년 수료
▶67 ∼ 70년 부산 극동호텔 웨이터 ·부지배인
▶70 ∼ 74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웨이터 ·연예담당 지배인
▶74 ∼ 76년 서울 앰배서버호텔 연회과장
▶77 ∼ 94년 서울 롯데호텔 연회과장 ·식음료부장
▶78년 홍콩 맨더리 오리엔탈호텔 연수
▶96년 ∼ 부산 롯데호텔 식음료부장 ·식음료 및 조리담당 이사
▶98 ∼ 99년 동주대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2001년 6월 ∼ 부산아시안게임 선수촌 급식단장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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