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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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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리는 한국 농촌의 여름 주식이다. 동부 콩을 드문드문 두고 햇감자를 곁들여 솔가지 불에 뜸을 푹 들인 보리밥은 벼 포기에 검은빛이 돌수록 구수한 맛을 풍긴다. 어느 사이인가 도시에서는 여름철에도 보리를 싫어하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는 보리쌀 먹기 운동을 벌일 지경이다. 사실 보리는 보기보다 좋은 주식이다. 쌀이 갖지 못한 여러 가지 영양가를 포함하고 있다. 다음은 요리 연구가 유계완 여사가 말하는 보리의 영양가와 보리밥을 맛있게 먹는 비결이다.
보리는 우선 쌀이 갖추지 못한 좋은 영양가를 포함하고 있다. 쌀은 맛과 단백질이 풍부한 것 등 좋은 점도 있지만 문제되는 점도 많다. 우선 「비타민」B1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그래서 체내에서 전분이 잘 타지 않아 유산 초성·포도산 등의 피로한 물질이 괴어서 피곤하기 쉽고 신경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 쌀의 전분은 점성이기 때문에 소화가 오래 걸리고 위장에 부담이 간다. 쌀은 자연히 식염을 많이 취하게되어 신장·심장을 약하게 하고 고혈압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쌀은 전분 식물로서 섬유가 적고 그러므로 장의 운동이 둔해지고 변비가 되기 쉽다. 「미네랄」이 적고 산성도가 높다. 그에 비해 보리는 이와 같은 쌀의 결점을 보충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비타민」B1과 「미네랄」이 풍부하고 점성이 없어서 소화가 잘된다. 섬유도 이상적인 단섬유이기 때문에 변비나 유해 세균의 번식도 방지한다. 더구나 밥이 불어서 전분을 지나치게 섭취할 염려도 없고 식염 섭취도 적어진다.
그리고 쌀과는 달리 「알칼리」성에 가깝기 때문에 쌀과 섞으면 산성도를 사뭇 낮추어 주게된다. 부식보다 주식의 비율이 높은 한국 사람은 주식의 좋고 나쁜 것으로 건강이 좌우되기 쉽다. 보리쌀 20%만 겪어도 사뭇 보리밥으로 보인다. 보리가 갖는 독특한 냄새를 없애고 온통 보리밥 같은 분위기를 없이 하려면 가끔 콩나물밥을 짓는다.
콩나물밥에는 비벼먹는 양념간장이 비결이다. 깨소금 후추 풋고추를 다져 넣고 가능하면 고기를 다져 볶아 넣으면 더욱 좋다. 여기에 맛든 열무김치에 밥이 뜨거울 때 먹게 한다. 감자·홍당무 껍질 벗긴 토마토·양파 등을 채로 쳐서 뜸들이기 전에 밥에 얹어 푹 뜸을 들여 저어 푼다. 이것을 알지단을 붙여 싸면 멋있는 「오므라이스」가 된다. 조갯살 넣은 감자 국과 곁들여 먹으면 보리밥일지언정 양식 먹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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