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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내 신용 세이프? 아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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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하루도 연체한 적이 없다
현금서비스는 쓰지 않는다
은행 정해 실적을 쌓는다


카드 돌려막기를 하고있다
연체 일수가 길거나 많다
현금서비스를 많이 쓴다

학생들에게 내신등급이 중요한 것처럼 금융 소비자의 경우 신용등급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

신용등급이 좋으면 은행에서 대출할 때 금리도 깎아주고 더 많은 돈을 빌려준다.

반면 등급이 나쁘면 남보다 더 높은 금리를 물어야 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대출 자체를 거부당하기도 한다.

과거엔 담보가 확실하거나 한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하기만 해도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모든 은행들이 이른바 CSS(Credit Scoring System:개인 신용평가시스템)를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고객들을 하나하나 CSS의 틀 속에 넣어 평가한 뒤 여기에서 나온 등급에 따라 돈을 빌려줄지 말지, 빌려준다면 얼마를 어떤 금리로 해줄지를 결정한다. 아직까지 몇몇 은행은 CSS와 별도로 예금 등 거래실적이 많은 우수고객.우대고객 등에게 대출 때 좋은 조건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연체와의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CSS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CSS는 단순한 거래 실적뿐 아니라 각종 정보를 수집해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는지를 다각적으로 분석해주기 때문이다.

은행별로 CSS 등급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항목수는 10여개에서 40여개까지 제각각이다. 하지만 주요 항목의 내용은 대체로 비슷하다.

무엇보다 대출금이나 카드대금을 연체한 적이 있는지를 제일 많이 따진다. 30만원 이상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신용불량 기록뿐 아니라 대출을 신청한 은행을 비롯해 다른 금융회사에 단 하루 동안 연체한 정보까지 파악해낸다. 이밖에 연간 소득이나 직업은 물론 집이 있는지, 결혼을 했는지, 자녀가 몇명인지도 본다.

최근 신용카드로 돌려막기를 하는 이른바 다중채무자(多重債務者)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민.하나은행 등은 현금서비스 이용내역도 세심하게 따지고 나섰다. 다중 채무자들은 지금은 근근이 카드 대금을 갚아나간다 해도 언제든 연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CSS 등급이 좋고 나쁜 데 따라 적용되는 금리차는 은행별로 2%포인트부터 9.4%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금리 차가 가장 큰 제일은행의 경우 1등급 고객에게는 연 8.5%에 신용대출을 해주지만 7등급 고객에겐 연 17.9%의 금리를 물린다.

똑같이 1천만원을 빌려도 1등급 고객은 다달이 7만원만 이자를 내면 되지만 7등급 고객은 배가 넘는 14만9천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신용이 곧 돈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CSS 등급이 나쁘면 대출받는 금액에서도 차별을 받는다. 신용에 따라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조흥은행의 경우 50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다. 대출 한도는 대개 CSS 등급 외에 연소득까지 고려해 결정된다.

CSS 등급의 위력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지난해 9월부터 신용대출 뿐 아니라 부동산 담보대출을 할 때도 CSS 등급을 적용해 대출한도를 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부터는 기존 대출 고객이 만기 연장을 신청한 경우에도 CSS 등급을 따져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박민호 신한은행 개인금융지원실 차장).

국민은행은 CSS로도 모자라 별도의 '부실 징후 필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신용카드가 몇 장인지, 그중 몇 장으로 현금서비스를 받고있는지 등 10가지 항목을 분석해 부실화 가능성을 따지고 또 따진다.

"설사 CSS 등급이 좋게 나온 고객이라도 부실 징후 필터링 시스템에서 부실화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되면 대출이 거부된다. CSS보다 좀 더 촘촘한 체로 다시 거르는 셈이다."(백태흠 국민은행 CSS유니트 팀장).

그렇다면 금융 소비자들이 신용등급을 올릴 수 있는 비책은 뭘까.▶단기간이라도 절대 연체를 해선 안되고▶현금서비스는 가능한 한 쓰지 않도록 하며▶주거래은행을 정해 예금 및 카드는 물론 각종 이체까지 실적을 꾸준히 쌓아나가야 한다는 게 은행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글=신예리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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