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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안테나] "고화질 생각보다 까다롭네"

중앙일보

입력

KBS는 지난 6월 한국 문학 작품 중 1백편을 엄선, 고화질(HD) 드라마로 제작한다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내놓았었다.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 34편을 1차로 선정하고 매년 3~4편씩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1980년대 영상 문학으로 사랑을 받았던 'TV 문학관'이 선명한 HD방식으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은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디지털 방식의 제작은 영구 보존될 수 있어 자료적 가치도 높다.

하지만 의욕적이었던 이 계획은 겨우 한 편을 제작해 놓고 표류하고 있다.

이순원씨의 소설 '19세'가 6개월 만에 촬영을 마쳤지만 후속작은 기획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HD방식은 제작비가 일반 단막극보다 2배 이상 들어가는 데다 촬영 현장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땀구멍까지 보일 정도로 화질이 선명한 HD방식은 기존 드라마의 세트.분장.조명과는 개념이 아예 다르다는 것을 제작진은 늦게 깨달았다.

일반 드라마보다 두 세배의 노력이 들어가는 것은 그렇다쳐도 긴 제작 기간과 경제적 부담은 해결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특히 1백편에 선정된 20~30년대 작품의 경우 당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세트를 새로 지어야 하는데 첫 편을 만들어본 결과 엄두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영국 CP는 "예상은 했었지만 이 만큼 많은 제작비와 노력이 들어갈 줄은 정말 몰랐다. 시행착오다. 예산도 여러 사정으로 여의치 않아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KBS가 당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 시점에선 난관에 봉착한 프로젝트를 어떻게 잘 추슬러 결실을 보느냐가 더 중요하다.

제작진은 나름대로 고화질 시대의 드라마 만들기에 대한 공부를 톡톡히 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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